짝사랑 영상: 당신을 기록하는 순간들
그녀가 웃을 때마다 나는 셔터를 눌렀다. 그녀는 몰랐다. 내 카메라에 담긴 1,247개의 순간들이 모두 그녀를 향한 고백이라는 것을.
영상편집실의 푸른 모니터 빛이 내 얼굴을 비추는 밤이면, 나는 오늘도 그녀의 일상을 편집한다. 커피숍에서 책을 읽는 그녀, 캠퍼스 벤치에 앉아 친구와 웃는 그녀, 도서관에서 졸다 깨는 그녀. 모든 장면이 내게는 완벽한 영화의 한 컷이었다. 분명 이것은 예술이라고 나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말하면 내 행동이 덜 섬뜩해 보일 것 같았으니까.
"민준아, 너 영상 편집 진짜 잘한다며? 우리 학과 프로젝트 좀 도와줄래?"
수업 후 그녀가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었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꿀이 묻어있었고, 그 꿀을 햇빛이 비추니 금빛으로 반짝였다. 너무 과한 비유라고? 짝사랑 중인 사람에게 과한 비유란 없다.
"그... 그래. 도와줄게."
그녀의 프로젝트를 돕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는 가까워졌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가 나에게 가까워졌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의 궤도를 돌고 있었으니까.
편집실에서 밤을 새우며 그녀의 프로젝트 영상을 완성하던 날, 그녀는 내 노트북을 빌려 음악을 찾겠다고 했다. 그 순간 내 심장은 얼어붙었다. 내 노트북에는 '지현 프로젝트'라는 폴더가 있었다. 그 안에는 1년 동안 몰래 찍은 그녀의 모든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이거 뭐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게 다 나야? 언제... 어떻게 이런 걸..."
설명할 수 없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가 그녀를 사랑해서? 그녀가 아름다워서? 모든 변명은 변태적으로 들릴 뿐이었다.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는 그녀를 잡지 못했다.
일주일 후, 내 메일함에 한 영상이 도착했다. 제목은 '민준에게'.
떨리는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상 속에는 교실에서 졸고 있는 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나의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편집실에서 그녀의 영상을 편집하며 미소 짓는 나였다.
영상이 끝나고 화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너는 나를 담았고, 나는 너를 담았어.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다른데, 우리는 과연 같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그날 밤, 나는 '지현 프로젝트' 폴더를 삭제했다. 그리고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나와 그녀가 함께 만드는, 허락된 영상을. 짝사랑이 아닌,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시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