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유튜버: 카메라 너머의 그대에게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은 나를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나를 알지만 진짜 나를 모른다. 그녀는 나를 'user2458'이라는 댓글 아이디로만 안다. 내가 매일 밤 그녀의 영상마다 남기는 '오늘도 예쁘네요' 같은 평범한 댓글의 주인공으로만.
서연의 ASMR 채널은 구독자 70만 명을 돌파했다. 나는 그중 하나일 뿐이지만, 1년 전 불면증으로 뒤척이던 밤에 우연히 그녀의 채널을 발견한 순간부터 특별한 존재가 됐다고 착각했다. 헤드폰을 통해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현실의 소음을 지워버렸다. 차 엔진 소리, 이웃집 아이 울음소리, 쿵쾅대는 심장 소리까지.
"여러분, 오늘은 특별한 날이에요. 제가 드디어 100만 구독자 특집으로 얼굴 공개를 하려고 해요."
서연의 영상 속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지금까지 그녀는 입술만 보이거나 손만 나오는 영상을 올렸다. 그녀의 목소리만으로 사랑에 빠진 나는, 그 얼굴을 상상하며 밤을 지새웠다.
영상이 올라오기로 한 밤 12시,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림을 안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새 영상 알림이 울리자마자 클릭했다. 화면이 밝아지고,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이 나타났다.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서연입니다. 드디어 만나게 되었네요."
그녀는... 내 앞집에 사는 여자였다. 매일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지만 서로 눈인사조차 나누지 않던 그 여자. 얼마 전 택배를 잘못 받아 현관 앞에 놓아두기만 했던 무심한 이웃. 그녀의 진짜 목소리는 영상 속 달콤한 속삭임과 달리 냉랭하고 무뚝뚝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현실감이 밀려왔다. 유튜브 창 아래로 흘러가는 댓글들 사이에서 내 'user2458'이라는 아이디가 보였다. '드디어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내가 몇 시간 전에 남긴 댓글이었다.
다음 날 아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가 서 있었다. 영상 속에서는 달콤하게 웃던 그 입술이 무표정하게 다물어져 있었다.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어... 혹시 서연님 맞으신가요? 저, 'user2458'인데..."
그녀의 눈이 커졌다. 처음으로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당신이 그 사람이었어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짝사랑은 카메라 렌즈처럼 현실을 왜곡한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은 그 왜곡된 시선 너머에서 예상치 못한 연결이, 현실이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