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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패션

짝사랑의 패션: 그가 보지 못하는 나의 색깔

아침마다 옷장을 여는 일은 전쟁이었다. 내 모든 옷들이 "그는 너를 절대 보지 않을 거야"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정확히는 1년 2개월 17일째, 나는 우리 회사 디자인팀 김재현을 짝사랑 중이었다. 오늘도 나는 그의 시선을 끌기 위한 옷차림을 고민하며 옷장 앞에 서 있었다.

빨간색 원피스를 꺼내 들었다. 매장에서 처음 봤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 원피스는 내 월급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건 너무 과하지 않을까?" 거울 앞에서 원피스를 몸에 대며 중얼거렸다. 결국 항상 그렇듯, 무난한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슬랙스를 선택했다. 내 옷장에는 한 번도 입지 않은 화려한 옷들이 가득했지만, 그것들은 항상 옷걸이에서만 춤을 추고 있었다.

"민지씨, 오늘도 단정하네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재현이 말했다. 그의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단정하다는 말은 칭찬인지 비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는 오늘도 남들과는 다른 감각의 옷차림이었다. 빈티지한 데님 재킷에 독특한 패턴의 셔츠, 그리고 약간 찢어진 청바지. 패션 디자이너답게 그의 스타일은 늘 돋보였다.

점심시간, 회사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재현과 마주쳤다. 그는 자신의 스케치북을 보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그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다음 시즌 디자인인가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 민지씨. 네, 새 컬렉션 구상 중이에요. '숨겨진 자아'라는 콘셉트예요. 사람들이 보여주길 두려워하는 내면의 모습을 옷으로 표현하는 거죠."

그 순간 무언가 깨닫는 느낌이 들었다. 내 옷장 속 입지 않은 옷들, 표현하지 못하는 내 진짜 취향과 감정들.

다음 날, 나는 용기를 냈다. 옷장 구석에 숨겨두었던 화려한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민지씨?" 재현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오늘 정말... 다르네요."

"숨겨진 자아를 표현해보기로 했어요." 내가 대답했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실은 민지씨에 대한 컬렉션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베이지색 속의 불꽃'이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오늘 보니 정말 딱이네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는 늘 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진짜 나를 보여주지 않았을 뿐. 지금 이 순간, 붉은 원피스를 입은 나는 마침내 그의 눈에 제대로 보이고 있었다. 짝사랑은 결국 자신을 속이는 패션이었던 것이다. 내가 진짜 나를 입기 시작한 순간, 우리의 이야기도 비로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