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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포켓몬

짝사랑 포켓몬: 캡처할 수 없는 마음

내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은 포켓스탑 앞이었다. 하필 우리 둘 다 같은 레어 포켓몬을 잡으려던 찰나, 그녀의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보조 배터리를 건넸고, 그녀의 미소는 마치 피카츄의 백만볼트처럼 내 심장을 관통했다.

"고마워요, 정말 구했네요. 이 니드퀸 놓쳤으면 정말 울 뻔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봄날의 산들바람같이 부드러웠다. 알 수 없는 용기가 솟아올랐다. "혹시... 같이 포켓몬 사냥하실래요?"

그렇게 우리의 포켓몬 여행은 시작되었다. 매주 토요일, 도시 공원에서 만나 함께 포켓몬을 잡았다. 유미는 물 타입 포켓몬을 좋아했고, 내가 잡은 최상급 꼬부기를 그녀에게 선물했을 때 그녀의 환호성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녀의 까만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릴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흩날렸다.

그녀의 모든 것이 좋았다. 포켓몬 도감을 채우는 데 쏟는 열정, 레어 포켓몬을 발견했을 때 반짝이는 눈동자, 심지어 포켓몬 레이드에서 졌을 때 보이는 삐진 표정까지도. 내 마음속 포켓볼은 이미 그녀를 향해 던져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캡처'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자, 이번에 새로 나온 전설의 포켓몬 레이드야. 가장 친한 친구들끼리만 모이는 자리인데, 너도 꼭 와."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고백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레이드 날, 나는 일찍 도착해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와 함께.

"소개할게, 내 남자친구 민우. 게임 개발자야. 우리 사귄 지 6개월 됐어." 유미가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내 세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대결에서 패배한 트레이너처럼, 나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유미가 많이 얘기했어요. 당신 덕분에 유미가 포켓몬 게임에 더 빠져들었네요." 민우가 친절하게 말했다. 그의 친절함이 더 가슴 아팠다.

레이드는 성공적이었다. 모두가 전설의 포켓몬을 잡았지만, 나는 내 마음속 가장 소중한 것을 놓쳐버렸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폰 알림이 울렸다. 유미의 메시지였다.

"오늘 정말 고마워. 덕분에 즐거웠어! 참, 내 사촌동생 소개시켜줄까? 너랑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씁쓸하게 웃었다. 포켓몬 세계에서는 마스터볼만 있으면 어떤 포켓몬이든 잡을 수 있다지만, 현실에서 사랑은 그런 아이템 없이 도전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레이드 배틀인 것 같다. 내 폰 화면에는 유미와 함께 찍은 사진 속, 우리가 함께 잡은 피카츄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오래 바라보다가, 천천히 '삭제'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나 누르지 못했다. 그녀를 놓아주는 것은, 어쩌면 내가 평생 성공하지 못할 포켓몬 캡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