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그림자: 호러의 시작
그녀가 내 창문을 통해 나를 지켜보는 건 두 달 전부터였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두 눈동자가 가로등 불빛에 잠시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것을. 하지만 그 눈동자는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나타났고, 점점 창문에 가까워졌다.
민지는 한번도 내게 말을 건 적이 없었다. 동네 서점에서 일하는 그녀를 나는 6개월째 짝사랑 중이었다. 책을 고르는 그녀의 섬세한 손가락, 추천 메모를 쓸 때 살짝 기울어지는 고개, 어깨에 늘어뜨린 까만 머리카락이 내 꿈에서도 아른거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진짜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오늘도 왔네요." 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책을 떨어뜨렸다. 민지였다. 그녀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누가요?" 내가 물었다. "당신이요. 항상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나는 대답 대신 어색하게 웃었다. 처음 건네는 그녀의 말이 이렇게 이상할 줄은 몰랐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는 '알 수 없음'이었다. "당신 창문의 커튼을 좀 열어주세요. 더 잘 보고 싶어요." 목소리는 분명 민지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말을 끝맺기도 전에 통화는 끊겼다.
공포에 질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두꺼운 커튼 사이로 가느다란 틈이 보였다. 바깥은 새까만 어둠뿐이었다.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커튼을 조금 더 젖혔다. 그 순간, 창문 바로 밖에 서 있는 민지와 눈이 마주쳤다.
비명을 지르며 커튼을 놓고 뒷걸음질 쳤다. 우리 집은 4층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여기에...? 공포로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대로 서 있다가 용기를 내어 다시 창문으로 다가갔다. 이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몽롱한 상태로 서점에 갔다. 민지에게 어젯밤 일을 물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점 주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민지요? 여기 그런 직원 없는데요." 내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며 그가 덧붙였다. "아, 혹시 전에 있던 민지 씨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 아이는 3년 전에 사고로 죽었어요. 누군가의 짝사랑 때문에 스토킹을 당했다고 들었어요."
그날 밤, 내 방의 벽에 켜진 프로젝터에서는 민지의 사진들이 슬라이드쇼처럼 흘러갔다. 내가 6개월 동안 몰래 찍은 사진들. 창문 밖에서는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그녀의 창문을 통해 그녀를 바라봐야 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