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호텔
그녀가 로비를 가로질러 걸을 때마다 대리석 바닥에 하이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프런트 데스크 뒤에서, 항상 그랬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1년 2개월 7일. 내가 이 고급 호텔의 리셉셔니스트로 일하는 동안 그녀가 매주 수요일 밤 정확히 8시에 나타나 항상 같은 방, 2307호를 예약하는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민서 씨."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내 심장은 언제나처럼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항상 그렇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호텔 조명 아래 그녀의 붉은 립스틱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안녕하세요, 준호 씨. 오늘도 2307호 부탁드려요." 그녀는 항상 똑같은 대화로 우리의 만남을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카드를 받아 예약을 확인하고 키카드를 건넸다. 우리 손가락이 스쳐 지날 때마다 나는 그 찰나의 접촉을 간직하려 애썼다.
"오늘은 비가 올 예정이라던데, 우산 가져오셨나요?" 나는 매번 다른 질문으로 그녀와의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 노력했다.
"네, 감사해요. 항상 챙기고 다니죠."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향수 냄새처럼 따스함이 묻어났다. "준호 씨는 항상 세심하네요."
나는 그녀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밤마다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녀는 누구를 만나러 오는 걸까? 남자친구? 아니면 비밀 연인? 그녀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은 이름과 신용카드 정보, 그리고 매주 수요일 밤 그녀가 2307호 방에 혼자 체크인한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날 밤, 비가 호텔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고, 로비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시계는 자정을 가리켰다. 퇴근 시간이 한 시간 남았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평소와 달리 창백한 얼굴에 눈가는 붉었다.
"괜찮으세요?" 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프런트 데스크로 다가왔다. "제가... 매주 수요일에 오는 이유를 아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1년 전, 이 호텔 2307호에서 남편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어요.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장소라... 매주 와서 그와 대화를 나누곤 했죠."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이제 정말 그를 보낼 시간인 것 같아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꽉 쥐었다.
"혹시... 퇴근 후에 차 한잔 하실래요?" 그녀가 물었다.
그날 밤, 우리는 비 오는 호텔 라운지에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짝사랑이 끝나는 순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때로는 누군가의 이별이 다른 누군가의 시작이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