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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남친

녹아내린 초콜렛, 그리고 남친

그가 내게 초콜릿을 건넸을 때, 나는 그것이 마지막 선물이 될 줄 몰랐다. 벨기에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며 자랑스레 내밀던 그 다크 초콜릿 박스는 2월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미세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마치 우리의 관계처럼.

"특별한 날이라서." 그의 말에 나는 무슨 기념일인지 기억을 더듬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아니면 100일? 머릿속이 하얘졌다. 민준이는 내 표정을 보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 내 생일이야."

초콜릿 박스를 들고 있는 내 손이 떨렸다. 그의 생일을 잊다니. 다섯 달 동안 남친이라고 부르던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잊어버린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 자리에서 바닥으로 꺼지고 싶었다.

"미안해, 나..." 변명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민준이는 손을 들어 내 말을 막았다.

"아냐, 괜찮아. 우리 사이가 그런 거니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가슴을 찔렀다.

카페 안은 따뜻했지만, 우리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영하로 떨어진 듯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초콜릿 박스가 조금씩 녹아 갈색 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우리의 대화는 그 자국처럼 흐려져 갔다.

"네가 어제 보낸 메시지 봤어." 그가 말했다. 내 심장이 멈췄다. 김서연에게 보내려던 메시지를 실수로 민준이에게 보냈던 것. '이번 주말에 민준이한테 어떻게 이별 통보할지 고민된다. 조언 좀.'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나는 변명할 수 없었다. 그 메시지는 거짓이 아니었으니까.

"네가 직접 말하길 기다렸는데," 그가 웃었다. "내 생일날 이별 선물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

민준이는 일어섰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는 사이, 그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대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한 행동까지 그답게 배려심 넘치는 모습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질리게 만든 그 배려심.

그가 돌아왔을 때, 나는 여전히 초콜릿 박스를 들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앞에 앉았다.

"선물은 가져. 네 걸이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원망이 없었다. 체념이라는 것이 목소리에 담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이런 소리일 것이다.

그날 밤, 혼자 남은 방에서 나는 그의 초콜릿을 하나씩 먹었다. 달콤함이 혀끝에서 녹아내릴 때마다 눈물이 함께 흘렀다. 가장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초콜릿처럼 완벽하게 달콤한 남친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쓴맛과 단맛이 적절히 섞인 진짜 사랑을 두려워했던 것임을.

이제는 텅 빈 초콜릿 상자처럼,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녹아내린 초콜릿보다 더 쉽게 흘러가 버린 관계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