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초콜렛: 달콤한 비밀
대표님이 내 책상 위에 초콜릿을 올려두는 순간을 CCTV로 목격했을 때, 나는 그것이 단순한 친절이 아님을 직감했다. 삼 년간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인 적 없는 최 대표가 어색하게 무언가를 놓고 황급히 사라지는 모습은 어쩐지 기이했다.
벨기에산 다크 초콜릿. 포장지를 열자 진한 카카오 향이 사무실 공기를 가르며 내 코끝을 자극했다. 쌉싸래한 향과 달콤한 기운이 묘하게 어우러진 그 향기는 마치 대표님의 이중적 성격을 닮아있었다. 겉으론 차갑고 냉정하지만, 어딘가에 숨겨진 달콤함.
"김 과장, 그거 맛있니?"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대표님의 목소리에 심장이 오락가락했다. 초콜릿 조각이 입안에서 녹아내리고 있었고, 나는 당황해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네, 정말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말에 대표님의 얼굴에 미세한 홍조가 번졌다.
"내일 점심 같이 먹을까?" 대표님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사무실 전체가 침묵에 빠졌다. 모두의 귀가 쫑긋 세워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다음 날, 우리는 회사 근처 작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대표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축하해. 본사 발령이야. 네가 지난 3년간 가장 성장한 직원이었어."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본사 발령은 모두가 꿈꾸는 승진이었다. 그런데 대표님의 눈빛에는 어딘가 모를 슬픔이 어려 있었다.
"어제 그 초콜릿, 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야." 대표님의 고백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취미로 초콜릿 공예를 배웠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네가 가기 전에... 주고 싶었어."
그제서야 초콜릿 바닥에 새겨진 작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Thank you'. 나는 그것을 단순한 상품 문구로 생각했었다.
대표님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차가운 표정 뒤에 숨겨진 진심을, 초콜릿처럼 천천히 녹아내리는 그 마음을. 회사를 이끄는 냉철한 리더가 아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초콜릿에 마음을 담은 한 사람의 모습을.
그날 이후 나는 매달 본사에서 수제 초콜릿 상자를 받는다. 발신인은 없지만, 그 쌉싸래하면서도 달콤한 향기만으로 누구의 마음인지 알 수 있다. 때로는 가장 단단한 껍질 안에 가장 부드러운 속이 숨어 있다는 것을, 초콜릿처럼 인간의 마음도 적절한 온도에서만 진정으로 녹아내린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