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초콜렛처럼 녹아내린 짝사랑
그녀의 손에서 초콜릿이 녹아내리는 속도와 내 마음이 무너지는 속도는 정확히 일치했다. 2월의 마지막 날, 도서관 창가에 앉아 유진은 다 먹지 못한 초콜릿을 손에 쥔 채 책장을 넘겼다. 나는 세 자리 떨어진 책상에서, 그녀가 모르는 사이 열여덟 번째 시선을 훔쳤다.
초콜릿은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조금씩 흘러내렸다. 갈색 얼룩이 책 모서리를 물들이자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휴지를 찾았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녀는 내가 건넨 손수건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우리의 첫 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미안해요, 이거 세탁비 드릴게요."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가늘었다. 초콜릿 향기가 그녀의 숨결과 섞여 내 주위를 감쌌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오래된 손수건이니까."
그날부터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그녀는 항상 초콜릿 하나를 가방에서 꺼내 조금씩 베어 물었다. 다크, 밀크, 화이트, 헤이즐넛. 그날의 기분에 따라 초콜릿의 종류가 달라졌다. 그녀의 감정을 알아가는 일은 초콜릿 맛을 구분하는 것만큼이나 미묘했다.
3월이 되어 도서관 창가로 봄볕이 쏟아지던 날,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내게 건넸다. 서툴게 포장된 상자 안에는 모양도 제각각인 초콜릿들이 담겨 있었다.
"맛은 없을 거예요. 그냥 연습 삼아 만들어 봤어요."
첫 번째 조각을 입에 넣었을 때, 쓴맛이 혀끝을 찔렀다. 그러나 곧이어 은은한 단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마치 짝사랑의 쓰라림과 달콤함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았다.
"맛있어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4월이 되자 그녀는 더 이상 혼자 오지 않았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그녀 옆자리를 차지했고, 그들은 같은 책을 보며 웃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초콜릿은 이제 둘로 나뉘어 그의 입으로도 들어갔다.
나는 창가 자리를 그들에게 내주고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가 건넨 초콜릿 상자는 여전히 내 서랍 안에 고이 보관되어 있었다. 가끔 하나씩 꺼내 먹으면서, 나는 그것이 다 떨어지면 그녀를 향한 마음도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예상과 달리 초콜릿은 녹지 않았다.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짝사랑은 초콜릿과 달랐다. 시간이 지나도 녹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창가에 앉은 그녀는 여전히 초콜릿을 먹고 있었다. 이번엔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