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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대표님

출근길의 대표님: 위장된 일상

버스 안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대표님을 발견한 순간, 내 심장은 마치 정지라도 한 것처럼 느껴졌다. 어제까지 회사를 이끌던 그가 왜 버스에서, 그것도 내 앞에 앉아 출근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평소처럼 완벽한 슈트 차림이 아니었다. 낡은 점퍼에 청바지, 그리고 닳아빠진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리한 눈빛과 단단한 턱선은 절대 틀릴 리 없었다. 내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의 시선이 내 피부를 파고드는 느낌이 여전했다.

"김 과장, 맞죠?"

낮고 강렬한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그를 바라보니, 대표님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봉 협상 때마다 보던 그 미소, 해고 통보를 할 때도 짓던 바로 그 미소였다.

"네, 대표님. 여긴 어쩐 일로..."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그가 물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내주었다.

그의 몸에서는 익숙한 고급 향수 냄새가 아닌, 싸구려 담배 냄새가 났다. 출근길 버스 안, 우리는 마치 오래된 지인처럼 나란히 앉았다.

"사실은 말이야, 난 매일 이렇게 출근해." 그가 갑자기 말했다. "대표실에 들어가기 전에 직원들의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직접 보고 싶어서."

내 입에서는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가 계속했다. "이게 내가 회사를 이끄는 방식이야. 매일 다른 사람으로 변장해서 현장을 관찰하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마주쳤는데도 알아보지 못했잖아."

순간 내 머릿속에 지난 몇 달간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청소부, 택배기사, 심지어 구내식당 아저씨까지. 그들의 얼굴이 대표님의 얼굴과 겹쳐졌다.

"그래서... 오늘은 왜 정체를 밝히셨어요?" 내가 물었다.

대표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야. 회사를 매각했어. 이제 더 이상 '대표님'이 아니야."

버스가 회사 앞에 도착했다. 우리는 함께 내렸다. 그는 회사 건물 앞에서 멈춰 서서 마지막으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김 과장, 알아두게. 진짜 권력은 타이틀이 아닌 관찰에서 나온다네."

그가 내게 작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거기엔 작은 벤처 회사의 명함이 있었고, 내 이름이 '대표이사'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대표님—아니, 이제는 그저 한 사람일 뿐인 그는 뒤돌아 보지 않고 출근길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