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짝사랑: 평행선 위의 두 사람
매일 아침 7시 23분, 그녀는 내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출근 전쟁 속에서 우리는 같은 전철, 같은 칸, 심지어 같은 문에서 만나지만, 그녀의 세계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가 탔다. 창백한 형광등 아래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반짝인다.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낡은 소설책. 페이지를 넘기는 그녀의 손가락은 가늘고 우아하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이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사라진다. 나는 그 모든 순간을 목격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내가 비치지 않는다.
"다음역은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전철이 멈추고, 사람들이 밀려 들어올 때 그녀의 책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그것을 집어 올렸다. 우리의 손이 공중에서 스쳤다. 미세한 접촉이었지만,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267일 만에 들은 그녀의 첫 마디였다.
책을 건네주며 나는 용기를 냈다. "매일 같은 책을 읽으시네요."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알고 계셨어요?"
"매일 같은 전철을 타니까요." 나는 진실의 절반만을 말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였다. "사실 이 책을 계속 읽는 건 아니에요. 매일 다른 페이지를 펴요. 운명처럼 그날의 기분에 맞는 문장이 나타나거든요."
"오늘은 어떤 문장인가요?"
그녀는 책을 펴고 손가락으로 한 줄을 가리켰다. '우연은 준비된 마음에만 찾아온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전철이 갑자기 흔들렸고, 그녀의 커피가 내 셔츠 위로 쏟아졌다. 뜨거웠지만, 나는 웃었다. 그녀도 웃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녀가 당황하며 핸드백에서 티슈를 꺼냈다. "출근하시는 길인데..."
"괜찮아요. 회사에 여벌 옷이 있으니까요." 사실 없었다.
전철이 그녀의 회사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일어서며 말했다. "내일 커피 한 잔 사드릴게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요."
그녀가 내리고, 문이 닫혔다. 나는 전철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커피로 얼룩진 셔츠를 입은 채 미소 짓고 있었다. 267일간의 짝사랑이 끝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다음날, 나는 7시 20분에 전철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7시 23분이 지나도, 7시 30분이 지나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녀의 자리는 늘 비어 있었다. 일주일 후, 나는 그녀가 들고 다니던 것과 같은 낡은 책을 서점에서 찾아냈다. 무작위로 한 페이지를 펼쳤을 때, 내 눈에 들어온 문장은 이것이었다. '때로는 출근길의 짧은 만남이 평생의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