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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학교

출근하는 날, 학교로 돌아가다

그날 아침, 넥타이를 매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른의 세계가 아니라 여전히 학교 화장실이라는 것을.

출근 준비를 하는 내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42세, 중견 회사의 부장, 두 아이의 아버지. 그런데 왜 이 순간 나는 15살 소년처럼 다리가 떨리는 걸까. 오늘 새로운 프로젝트 발표가 있다. 넥타이 매듭을 세 번째 풀어보는 내 손가락에서 학창 시절 시험 전날의 떨림이 느껴진다.

"여보, 늦겠어요." 아내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온다. 그녀는 내가 얼마나 불안한지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도.

차 안에서 내비게이션이 익숙한 경로를 안내한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교실 뒷자리, 미처 외우지 못한 공식들, 선생님의 질문에 얼어붙었던 순간들. 그 기억의 복도를 따라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닫히는 문 사이로 내 얼굴이 비친다. 갑자기 교복을 입은 소년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준비 안 했죠, 김 부장님?" 그 소년이 묻는다. "네가 뭘 알아." 중얼거리며 서류가방을 꽉 쥔다.

회의실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내 자리는 앞쪽,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 수학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 칠판 앞으로 나오라고 했을 때처럼,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김 부장님, 시작하시죠."

프레젠테이션을 열자 갑자기 모든 내용이 낯설게 느껴진다. 마치 시험지의.문제를 읽었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내용처럼.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말을 시작한다. 첫 문장, 두 번째 문장... 어느새 말이 술술 나온다.

그런데 발표 중간, 사장님의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온다. "그 부분은 어떻게 검증했습니까?" 교실에서 선생님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나를 지목하던 그 순간처럼 시간이 멈춘다. 답을 모른다.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놀랍게도 명확하다. "검증 과정은 세 단계로 진행했습니다..." 내가 말하는 내용은 내가 공부한 것, 내가 경험한 것, 내가 해결한 문제들에서 나온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대답이다.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평생 학교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다만 교실이 회의실로, 선생님이 상사로, 시험이 프로젝트로 바뀌었을 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나는 준비되지 않은 학생이 아니라는 것.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전화가 온다. "아빠, 내일 발표인데 너무 떨려요." 웃음이 난다. "괜찮아, 아들. 아빠도 오늘 발표했거든. 우리 모두 평생 학생이야." 전화를 끊으며 생각한다. 내일 아침에도 넥타이를 매고, 다시 한번 학교로 출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