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취업공포

취업 공포: 이번이 마지막 면접입니다

카운터에 놓인 시계가 9시 정각을 가리켰을 때, 면접장 문이 열렸다. "다음 지원자, 들어오세요." 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날 부른다. 열한 번째 면접이다. 열한 번의 거절이 될지도 모른다. 내 이력서에 새겨질 또 하나의 흉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문을 열자 얼굴 없는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에게는 분명 얼굴이 있었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회색 양복과 흐릿한 윤곽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취업 준비 8개월 차, 내 눈은 이제 면접관들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거절의 공포가 나를 마비시켰다.

"자신의 최대 강점은 무엇입니까?" 중앙에 앉은 면접관이 질문한다. 그의 목소리는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왜곡되어 있다. 내 입에서는 미리 준비한 답변이 기계적으로 흘러나온다. 입술은 움직이지만, 그 말들이 내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창밖으로 눈길을 돌리자 50층 높이에서 바라본 도시가 보인다. 사람들은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그들 중 몇 명이 지금 나처럼 면접실에 앉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고 있을까?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내 심장은 거대한 북처럼 울리고, 그 소리가 면접관들에게도 들릴까 두렵다.

"지원자님, 괜찮으세요?" 오른쪽 면접관의 질문에 정신이 돌아온다. 내 손은 떨고 있었고, 제출한 포트폴리오는 땀에 젖어 있었다. "네, 죄송합니다. 계속해 주세요."

왼쪽 면접관이 물었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순간 내 머릿속에 지난 10번의 면접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실패? 내 삶 전체가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의 부정적인 판단이 내 가치를 결정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번개처럼 내 안에 스쳤다.

"저는 실패했습니다. 열 번이나요.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열한 번째로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실패가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제 강점입니다."

그 순간, 면접관들의 얼굴이 서서히 나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진짜 웃음이었다. 면접이 끝난 후, 중앙 면접관이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축하합니다. 우리가 찾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는 더 이상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로 향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문득 깨달았다. 공포는 내가 만든 유령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유령을 쫓아낼 용기를 가졌다. 내일, 또 다른 열두 번째 면접이 있더라도, 나는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