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표님: 면접장의 비밀
그날따라 면접실의 공기는 유난히 무거웠다. 취업을 위한 스물두 번째 면접, 나는 이미 질문의 패턴을 외울 정도였지만 이곳은 달랐다. 대표님이 직접 면접을 본다는 소문의 회사, 그런데 대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사람은 방금 전까지 복도에서 청소를 하던 아주머니였다. 손에 든 걸레를 옆에 내려놓으며 그녀는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제가 이 회사 대표 김미영입니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방금 전까지 청소 아주머니에게 건네던 내 말투가 떠올랐다. "여기 좀 닦아주세요." 내가 쏟은 물을 가리키며 거들먹거리듯 말했던 기억이 선명했다.
"지원자님의 이력서를 보니 스펙이 화려하네요." 그녀는 미소지었다. 그 미소 속에서 내가 저지른 실수를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이 느껴졌다. 향수 대신 세제 냄새가 미세하게 풍기는 그녀의 손은 내 이력서를 꼼꼼히 훑었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준비했던 말들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귀사의 혁신적인 비전에 동참하고 싶어서...' 그러나 입에서 나온 건 다른 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곳은 다 떨어져서요."
예상치 못한 솔직함에 대표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웃음이 터졌다. "정직하군요. 좋습니다."
이후 면접은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대표님은 내 스펙보다 사람을 보는 듯했다. 실패했던 프로젝트, 극복했던 어려움에 대해 더 관심을 보였다. 내가 준비한 화려한 말들 대신, 진짜 내 모습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질문들이었다.
"우리 회사는 겉모습보다 본질을 중요시합니다." 면접이 끝날 무렵 그녀가 말했다. "청소부로 가장한 이유도 그 때문이죠. 사람들이 진짜 모습을 보여줄 때는 자신이 '중요한 사람'과 대화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니까요."
그날 저녁, 합격 통보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짧은 문구가 덧붙여 있었다. "우리는 모두 청소부이자 대표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니까요."
다음 날 아침, 회사로 출근하며 로비의 청소부에게 처음으로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넸다. 그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가 대표님의 그것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어쩌면 오늘도 누군가의 면접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