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문을 여는 학교
벽에 걸린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켰을 때, 나는 드디어 마지막 서류를 제출했다. 취업 준비생 김준호, 오늘로 정확히 서른 번째 지원서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창문을 열자 차가운 봄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멀리서 들려오는 술 취한 대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조롱처럼 들렸다. 졸업한 지 3년, 이 도시는 나에게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빼앗고 '취업'이라는 철창을 선물했다.
"준호야, 너 그 학교 나왔으면 취업은 금방이지!"
친척들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불빛 하나 없는 창문들 사이에서 나의 노트북 화면만 푸르게 빛났다. 모니터 속 이력서 사진 속 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실제 내 얼굴에는 지친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우연히 마주친 고등학교 은사님의 제안으로 모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진로 멘토링 특강 좀 해주지 않겠니?"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멘토가 된단 말인가. 하지만 그날 오후, 교복 입은 아이들 앞에 서자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취업... 그게 뭐라고 생각해요?"
내가 던진 첫 질문에 교실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그때 뒷자리에서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배님, 대학 가면 취업할 수 있나요?"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늘 취업을 '목적지'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실패자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학교는 여전히 '과정'이었고, 취업은 '미래'였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곳이 아니야. 대학은..." 말을 고르려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대학도, 취업도 모두 '학교'야. 우리는 평생 학생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해."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이 울렸다. 오늘 지원한 회사에서 온 면접 제안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다음 주, 나는 학교를 찾아갔다. 이번엔 지원서를 들고서. 교직이수를 했던 것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취업의 문을 열기 위해 애쓰던 내게, 학교는 새로운 문을 보여주었다. 그 문 뒤에는 교단이 있었고, 미래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다시 배우게 될 것이다 - 학생들로부터, 삶으로부터, 그리고 나 자신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