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대표님의 비밀
그 카페의 대표님은 사람의 영혼 색깔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런 이야기를 농담으로 여겼다. 나도 그랬다. 오늘 아침까지는.
"파란색이네요. 진한 코발트블루. 그런데 가장자리가 살짝 흐려지고 있어요."
에스프레소를 건네며 대표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까만 눈동자는 내 안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카페 안은 로스팅된 원두 향으로 가득했고, 벽에 걸린 골동품 시계는 천천히 초침을 움직였다. 바깥은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당황해하며 커피잔을 받아들었다.
"어제 무슨 일 있었죠?" 대표님이 물었다. 그의 손가락은 카운터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나지막한 재즈 선율이 카페를 채웠다.
순간 나는 숨을, 그리고 말문을 잃었다. 어제 7년 동안 일해 온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 모든 것이 지나갑니다." 그가 말했다. 에스프레소에서 피어오르는 증기가 내 얼굴을 데웠다. "사실은 제가 처음부터 카페 운영이 꿈은 아니었어요."
대표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풀어놓았다. 대기업 임원이었던 그는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20년 경력을 하루 아침에 잃었다.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우연히 이 공간을 발견했고, 그렇게 카페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어요. 상처받은 영혼들이 보이더군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쓰지만 묘하게 달콤했다. 창밖으로 비는 그쳐가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오세요. 특별한 원두가 들어와요. 하늘색 원두라고 부르는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커피죠."
카운터 뒤에서 대표님은 다른 손님을 위해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놀림에서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나는 에스프레소를 다 마시고 카페를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 스마트폰을 꺼내 이력서를 열었다. 7년 동안 한 번도 업데이트하지 않았던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 내 영혼의 색을 볼 수 있다면, 나도 그 색깔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카페에 들어서자 대표님이 환하게 웃었다. "오늘은 코발트블루가 더 선명해졌네요." 그가 속삭였고, 나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때로는 인생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 잔의 커피와, 당신의 색깔을 볼 수 있는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