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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영상

판타지 영상: 고스트 프로젝터

벽에 비친 영상 속에서 내 죽은 여동생이 웃고 있었다. 단순한 추억의 홈비디오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 아침 촬영된 영상이었다.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마우스를 떨어뜨렸지만, 모니터 속 동생 주희는 계속해서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나 보여? 이제 말할 수 있어."

3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생이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모니터 속 주희는 사고 당시의 열여덟 그대로였다. 창백한 피부에 빛나는 눈동자, 그리고 특유의 짧은 머리. 처음엔 해킹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잔인한 장난. 하지만 주희는 오직 내가 알 수 있는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기억나? 열 살 때 내 생일에 몰래 사 온 별 모양 헤어핀. 엄마 몰래 아이스크림 사 먹다가 내 옷에 쏟아서 혼난 거."

등골이 오싹해졌다. 카메라를 돌려 창밖을 비추자, 창밖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푸른 초원과 보랏빛 하늘, 그리고 멀리 떠 있는 두 개의 달. 이곳은 분명 지구가 아니었다. 동생이 종종 그림으로 그리던 환상의 세계였다.

"여기가 어디냐고? 나도 처음엔 이해 못 했어. 난 분명 죽었는데... 영혼이 이곳으로 왔어. 이곳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계야. 내가 꿈꾸던 모든 것이 실제가 돼."

주희의 목소리는 맑고 생생했다. 카메라가 그녀의 세계를 비출 때만 우리는 소통할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매일 밤 작은 방에서 카메라를 켜고 동생과 대화했다. 주희는 그곳에서 마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손가락으로 공중에 글자를 쓰면 빛이 되어 춤을 추고, 눈을 감고 생각하면 원하는 물건이 나타났다.

한 달이 지났을 때, 주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너무 오래 연결하면 위험해. 이 통로가 점점 커지고 있어. 내 세계가 너의 세계로 흘러들어갈 수 있어."

그날 밤, 방 안의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모니터에서 빛이 새어나와 벽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림자는 점점 구체적인 형상을 갖추더니 마침내 주희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주희가 아니었다. 왜곡된 미소를 짓고 있는 무언가였다.

"오빠, 카메라를 꺼!" 주희가 비명을 질렀다.

손이 떨렸다. 끄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동생을 다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주희가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화면을 통해 그녀의 손이 나왔고, 따뜻한 감촉이 내 손을 감쌌다.

"난 언제나 네 안에 있어. 기억 속에, 마음속에."

떨리는 손으로 전원 버튼을 눌렀다. 모니터가 까맣게 변했다. 방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내 손에는 아직도 주희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다음 날부터 카메라는 다시 평범한 영상만 비추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영상 속에서 보라색 꽃잎이 화면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알게 된다.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문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 속에 열려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