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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맛집

패션 맛집: 맛의 색깔을 입다

맛은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셰프였다. 정확히는, 내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오십 년간 주방에서 살다시피 한 내게 음식은 단순한 맛 이상의 것이었다. 매일 아침 칼을 잡는 순간, 내 손은 미세하게 떨렸고, 그것은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늘의 VIP는 미식 평론가 겸 패션 디자이너였다. 아침부터 주방은 열병을 앓았다. 스테인리스 조리대 위에서 야채들이 칼날에 정확히 45도 각도로 썰렸고, 새우의 껍질은 마치 발레리나의 투투 스커트처럼 정교하게 벗겨졌다. 그녀의 평가 한 마디가 우리 레스토랑의 운명을 결정할 터였다.

창밖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홀 안쪽 유리창 너머로, 그녀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검붉은 와인색 코트 아래 진한 청록색 원피스가 푸른 바다처럼 흔들렸다. 손에 든 밝은 노란색 클러치는 마치 레몬 제스트 같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메뉴가 완성됐다.

"오늘의 코스는 완전히 바꾸겠습니다." 주방 직원들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패션을 요리하겠습니다."

첫 번째 코스, 비트 퓨레 위에 청록색 쪽파 오일을 두른 단새우 타르타르. 그녀가 입은 와인색 코트와 청록색 원피스를 담았다. 두 번째 코스, 노란 레몬 리조또 위에 얹은 바다가재. 그녀의 클러치를 표현했다. 세 번째 코스, 그녀의 검은 구두와 피부색을 담은 송로버섯 소스의 안심 스테이크.

테이블 위로 음식이 나갈 때마다 홀 사이드에서 지켜봤다. 그녀는 음식을 보며 미소 지었고, 맛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마지막 디저트까지 끝내고 그녀는 주방으로 걸어왔다.

"셰프님, 제 옷을 어떻게 아셨죠?" 그녀의 눈은 반짝였다.

"창문 너머로 보았습니다." 솔직히 대답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맛이란 건 결국 미학이고, 미학은 패션과 통하는군요. 오늘 저는 당신의 맛으로 된 옷을 입은 기분이었어요."

일주일 후, 그녀의 평가가 실렸다. "맛으로 짓는 옷, 색으로 요리하는 맛집." 예약이 밀려들었고, 우리는 새로운 콘셉트를 시작했다. 손님이 입은 옷에서 영감을 받아 즉석에서 메뉴를 구성하는 '패션 테이스팅 코스'.

오늘도 주방 창가에 서서 손님들의 옷을 바라본다. 때로는 빨간 드레스가 고추장 양념의 회를 부르고, 파란 셔츠는 청어와 대화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먹는 순간, 그들의 눈빛이 말해준다. 맛은 색을 가졌고, 음식은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내 주방은 이제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맛의 색을 입히는 패션쇼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