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귀신: 지워지지 않는 흔적
교실 뒤편 창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은, 내가 이 학교에 전학 온 첫날부터 시작됐다.
오래된 목조 건물 특유의,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3층 복도에 울려 퍼졌다. 처음 보는 교실, 처음 만나는 친구들,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가장 낯설었던 것은 4교시 수학 시간, 칠판에 적힌 문제를 풀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창가에 비친 소녀의 모습이었다. 교복을 입은 그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사라졌다.
"윤서야, 너 혹시 세 번째 창가 자리에 앉았던 학생 알아?" 점심시간에 용기를 내어 옆자리 친구에게 물었다.
그녀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 자리는 일 년 전부터 비어있어. 학교에서... 일이 있었거든."
그날 밤, 도서관에서 학교 신문 아카이브를 뒤졌다. 작년 3월호 맨 뒷장, 작은 활자로 적힌 기사를 발견했다. '3학년 이민지 학생, 교내 괴롭힘 끝에 투신'
다음 날, 그 자리에 민지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이번엔 더 선명하게. 그녀의 교복에는 무언가 적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연필로 희미하게 쓰인 글씨가 보였다. '도와줘'
수업이 끝난 후, 아무도 없는 교실에 혼자 남았다. "민지야,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내 목소리는 텅 빈 교실에 메아리쳤다.
갑자기 교탁 위 분필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칠판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2층 화장실 천장'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방과 후 텅 빈 학교, 2층 화장실 맨 안쪽 칸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천장의 타일 하나가 살짝 어긋나 있었다. 의자 위에 올라서서 타일을 밀어보니 작은 공간이 나왔고, 그곳에 노트 한 권이 숨겨져 있었다.
'괴롭힘 일기'라고 쓰인 그 노트에는 민지가 당했던 모든 일들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녀를 괴롭혔던 학생들의 이름과 동영상 파일이 저장된 USB 위치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날 밤, 노트를 들고 경찰서로 향했다. 일주일 후,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민지를 괴롭혔던 학생들이 모두 조사를 받았고,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다.
그 후로 창가의 소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간혹 늦은 오후, 햇빛이 교실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때면, 창문에 비친 내 그림자 옆에 또 다른 그림자가 잠시 머무는 것 같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가 말한다. "고마워."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학교의 벽과 창문과 복도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때로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그 기억들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