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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남사친

학교의 복도에서: 남사친의 비밀

그날 복도에서 희찬이 우는 모습을 본 건, 3년 동안 알아온 그의 첫 눈물이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이 그의 젖은 뺨을 비추는 순간, 나는 '남사친'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깨달았다.

"민지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희찬의 목소리는 떨렸고, 학교 종이 울리는 소리가 우리 사이에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흰 봉투가 보였다. 대학 합격 통지서였다. 서울대. 모두가 축하할 일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장례식에 온 사람 같았다.

"축하해야 할 일 아니야?" 내 손이 저절로 그의 어깨에 닿았다. 희찬은 세 번째 단추에 시선을 고정한 채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가 쓰러지셨어. 어젯밤에. 내가 서울 가면... 우리 가게는..."

2학년 때부터 집안 가게를 돕던 희찬. 새벽에 등교하기 전 야채를 나르고, 주말마다 장사를 도우며 공부했던 그 시간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학교 최고의 수재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어떡할 건데?" 질문이 나오자마자 후회했다. 희찬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포기해야지. 다른 길은 없어."

학교 벽시계가 3시 15분을 가리켰다. 교실에서는 청소가 한창일 시간. 우리는 비어있는 복도의 한가운데 서서 시간이 멈춘 듯 침묵했다. 그때, 내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도와줄게."

희찬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3년간 수학문제를 풀 때마다 나를 도와준 그에게, 이제는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주말마다 내가 가게 일 도울게. 너 아버지 회복될 때까지만. 네가 서울 가서 공부할 동안."

희찬의 눈이 커졌다. "미쳤어? 네가 왜 그런 걸..."

"남사친이니까." 이 말을 하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찌릿했다. "아니, 그냥... 친구니까."

며칠 후, 나는 처음으로 희찬이네 작은 야채가게에 들어섰다. 그의 아버지는 병상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내 손을 잡았다. 그렇게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나는 매주 그 가게에서 일했고, 희찬은 서울에서 공부했다.

2년 후, 희찬이 방학을 맞아 돌아왔을 때, 그는 가게 앞에서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눈물이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결의와 따스함이 있었다.

"고마워, 민지야." 희찬이 내 손을 잡았다. "이제 내 차례야."

그날 밤, 학교 근처 오래된 놀이터 벤치에 앉아, 우리는 '남사친'과 '여사친'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우리의 관계를 정의하기에 부족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때로는 우정이라는 단어조차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깊은 연결을 담아내기엔 너무 작은 그릇일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