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남편: 그림자 속의 진실
마지막 학생이 교실을 빠져나가자 나는 창문으로 스며드는 황혼빛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열다섯 해 동안 같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오늘따라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분필 가루 묻은 손을 털며 가방을 챙기는데, 문자 알림이 울렸다. '오늘도 늦을 예정. 먼저 자요.'
남편의 메시지였다. 예상된 문자였지만 가슴 한편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창문을 닫으며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교무실로 향하는 복도는 형광등 불빛만이 가득했다. 내 발자국 소리가 텅 빈 학교를 울렸다.
"선생님, 아직 안 가셨네요?"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랐다. "네, 내일 수업 준비를 마저 하고 있었어요." 거짓말이 쉽게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 시간에 무슨 일로..." 교장 선생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 김준영 학생 보호자와 연락이 닿았습니까?"
김준영. 내 반에서 가장 조용한 아이. 지난 학기부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고, 얼굴에 멍이 자주 보이던 아이. "아니요, 그 어머님은 연락이 항상 어려워서..." 내 말을 자르며 교장 선생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요.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김준영 학생이... 입원했어요. 가정폭력으로."
귓가에서 윙 소리가 났다. 가정폭력. 그 단어가 교실 안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김준영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선생님, 아빠는 매일 늦게 와요.' 지난주 상담 시간에 했던 말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떠나고, 나는 자동으로 서랍을 열었다. 학생 비상연락망 파일이 보였다. 김준영, 아버지 직업: 회사원. 전화번호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 번호는 너무나 익숙했다. 내 남편의 번호였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남편이 문가에 서 있었다. "일찍 끝나서 데리러 왔어." 그의 손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분필 가루가 묻어있었다. 내가 칠판에 쓴 오늘의 수업 내용. '가정의 의미와 책임'.
창문 너머로 어둠이 깊어갔다. 교실 불빛 아래 우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림자는 때로 사람보다 정직하다. 남편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십오 년간 학교에서 가르쳤던 모든 교훈들이, 정작 내 가정에서는 실패했음을.
"오늘은 늦는다고 했잖아."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남편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느리게 교실 문을 닫았다. 학교는 이제 완전히 텅 비었고, 비상구 표시등만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