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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데이트

학교 데이트: 열여덟의 시간표

벚꽃잎이 교정을 수놓은 그날, 나는 인생에서 가장 용감한 거짓말을 했다. "선생님, 저 아파서 보건실에 다녀오겠습니다." 내 목소리는 떨렸지만, 담임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 순간 수학 교과서 사이에 껴있던 쪽지가 가슴을 뛰게 했다. '3시, 후문 벤치에서 기다릴게.—현우'

복도를 지나는 내 발걸음에 바닥이 삐걱거렸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봄볕이 복도 바닥에 노란 직사각형을 그렸다.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악실에서 누군가 쇼팽을 연주하고 있었다. 학교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17년을 다니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시계는 2시 50분을 가리켰다. 나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섰다. 새로 산 틴트를 바르고, 머리를 정돈했다. 제 멋대로 날리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심장 박동처럼 느껴졌다. 교복 주름을 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화장실을 나섰다.

후문으로 향하는 길은 교무실 앞을 지나야 했다. 마침 교감 선생님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급식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도망치듯 뛰어가다 보니 급식실에서는 취사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쉬고 계셨다.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어머, 너 수업 안 들어가고 뭐하니?"

"아... 저 심부름을..."

겨우 말을 더듬으며 급식실을 벗어났다. 이제 교내 CCTV 사각지대를 따라 후문으로 향했다. 삼 년간 쌓아온 모범생 이미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현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마침내 후문에 도착했을 때, 벤치는 비어 있었다. 시계는 정확히 3시를 가리켰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벤치에 앉았다. 5분, 10분... 시간이 흘렀다. 15분이 지나자 불안함이 밀려왔다. 혹시 장난이었을까? 나를 놀리기 위한 함정이었을까?

20분이 지났을 때, 숨소리가 들렸다. 뛰어온 듯 헐떡이는 현우가 내 앞에 서 있었다. 교복은 흙투성이였고, 볼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미안해, 교감한테 걸렸어. 야자 벌점 받았어."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현우도 웃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 어이없게 느껴졌다. 이 소란스러운 학교 데이트가, 벌점과 거짓말로 시작된 이 만남이 어쩐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왔네."

"오긴 와야지. 첫 데이트인데."

후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평소와 달랐다. 다른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오후 3시 30분, 우리는 교칙을 어기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때 알았다. 학교라는 공간이 규칙과 시간표로만 이루어진 곳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반항이 피어나는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십 대의 심장은 언제나 시간표보다 빠르게 뛴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