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병원의 침묵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이 침대 위 하얀 시트에 그림자를 드리울 때, 나는 이곳이 학교인지 병원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침대 옆 모니터에서는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가 울려 퍼졌고, 복도에서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두 소리의 불협화음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두 달 전, 우리 학교에 '마음 병원'이 생겼다. 겉으로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공간이라고 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곳은 통제를 위한 장치였다. 평범한 교실 벽을 허물고 만든 이 공간에는 병상 다섯 개, 모니터 다섯 개, 그리고 항상 웃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 한 명이 있었다.
"김세현 학생, 오늘은 어떤 꿈을 꾸었나요?" 간호사 선생님이 차트를 들고 내 침대 앞에 섰다. 그녀의 하얀 유니폼은 형광등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다.
"꿈은 없었어요." 내가 대답했다. 사실은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학교 옥상에서 모두가 날아오르는 꿈.
이 '마음 병원'에 오게 된 건 내가 교장 선생님의 연설 중에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항상 같은 대답만 해야 하나요?" 그 질문 후, 나는 '정서 불안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창밖으로 체육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보였다. 규칙적인 움직임, 동일한 체육복, 똑같은 속도로 달리는 아이들. 한 아이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아이는 잠시 멈춰 서서 나를 응시했고, 나는 그 아이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약 먹을 시간이에요." 간호사 선생님이 물컵과 함께 하얀 알약을 내밀었다.
알약을 받아들며 나는 물었다. "선생님, 여기는 학교인가요, 병원인가요?"
그녀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완벽하게 계산된 웃음이었다.
밤이 되자 모니터의 불빛만이 방을 밝혔다. 나는 베개 밑에서 오늘 먹지 않고 숨겨둔 알약을 꺼내 살펴보았다. 표면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꿈 없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제서야 난 왜 모두가 같은 꿈도, 질문도, 대답도 없는지 알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내 침대는 비어 있었다. 마음 병원의 기록에는 "김세현 - 완치"라고 적혀 있었지만, 체육 시간에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이들은 한 명 더 늘어났다. 창가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 그 아이의 주머니 속에는 '꿈 없음'이라 쓰인 하얀 알약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