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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부모님

학교와 부모님: 편지함에 숨겨진 진실

교실 뒤편 하얀 편지함에 '부모님께'라는 봉투가 한 달째 꽂혀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매주 금요일, 학생들이 부모님께 전하는 편지를 써서 넣도록 했지만, 민수의 편지는 한 번도 비워진 적이 없었다. 오늘도 민수는 교실을 나서며 그 편지함을 흘끗 바라봤다. 편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고스란히 꽂혀 있었다.

"민수야, 이번에도 부모님이 편지 안 가져가셨네?"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민수는 잠시 어깨가 굳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쁘시나 봐요. 괜찮아요, 선생님."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지만,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열세 살 소년의 눈에는 이미 포기한 듯한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민수의 부모님은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맞벌이 부부였다. 학부모 상담은 항상 할머니가 대신 왔고, 학교 행사에도 늘 빈자리였다. 민수는 가끔 친구들이 부모님과 함께 하교하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선생님, 저... 그 편지 이제 안 써도 될까요?" 민수가 문득 물었다. 선생님은 잠시 망설이다 민수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그럼 다른 걸 해보자. 이번엔 네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써봐. 누구에게든, 뭐든지."

다음 금요일, 민수는 오랜만에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썼다. '누구에게든'이라는 선생님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부모님의 관심을 얼마나 갈망하는지 솔직하게 적었다. 그리고 편지함에 넣기 전, 봉투 앞면에 '나에게'라고 썼다.

일주일 후, 민수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편지함으로 달려갔다. 그의 편지는 사라져 있었다. 대신 낯선 봉투가 꽂혀 있었고, 봉투 앞면에는 '민수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자, 안에는 두 장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하나는 아빠의 거친 필체로, 다른 하나는 엄마의 단정한 글씨체로 쓰여 있었다. 편지에는 그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민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미안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가 서툴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저녁, 우리 셋이 함께 식탁에 앉아보자. 네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줄래?"

민수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교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편지 위에서 반짝였다. 때로는 가장 먼 거리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거리를 좁히는 데는 단 한 장의 편지면 충분하다는 것을 민수는 그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