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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소설

학교 소설: 우리가 쓰는 공간의 이야기

최규호 선생님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교단에 서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한 권의 소설 속 인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3년차 국어 교사인 그에게 교실은 이제 익숙한 무대였지만, 오늘따라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여러분, 오늘은 소설의 구성 요소에 대해 배워볼 거예요." 말을 꺼내는 순간, 교실 뒤편에서 희미한 타자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그의 말을 받아적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모든 학생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앉아 있었다. 어떤 아이는 졸고, 어떤 아이는 필기하고, 어떤 아이는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타자 소리는 더 선명해졌다. 규호는 말을 멈추고 교실을 둘러보았다. "혹시... 지금 타자 치는 소리 들리시나요?" 학생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상했다. 그는 분명 누군가 자신의 모든 움직임, 모든 말을 글자로 옮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점심시간, 교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규호는 교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요즘 학생들이 소설책을 잘 안 읽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 순간 다시 타자 소리가 들렸다. 교감 선생님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규호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켠 규호는 우연히 한 문서 파일을 발견했다. 제목은 '학교 소설'. 호기심에 파일을 열었다. 첫 줄부터 규호는 충격에 빠졌다.

'최규호 선생님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교단에 서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한 권의 소설 속 인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하루가, 그의 생각이, 그의 대화가 모두 적혀 있었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 그가 느끼는 공포와 혼란까지도. 그는 누군가의 소설 속 인물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가 미쳐가고 있는 것일까?

다음 날, 규호는 교실에 들어서며 결심했다. "오늘은 특별한 수업을 하겠습니다. 우리 함께 이야기를 써볼까요?" 그는 자신이 발견한 파일에 대해 학생들에게 털어놓았다. 학생들은 처음엔 의심스러워했지만, 곧 흥미를 보였다.

"선생님, 그럼 우리가 이야기를 다르게 쓰면 선생님의 현실도 바뀔까요?"

규호는 미소지었다. "한번 시도해보자." 그들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타자 소리는 이제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들렸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의 공동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학교라는 공간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함께 쓰고 있는 거대한 소설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