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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여름

여름의 학교: 텅 빈 교실의 비밀

교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여름 햇살이 널브러진 먼지 입자들을 황금빛 춤으로 변모시키던 날, 나는 아무도 모르게 학교에 숨어들었다. 방학 중의 텅 빈 학교는 마치 다른 차원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복도마다 울려 퍼지는 내 발소리는, 평소 천 명의 아이들 목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던 건물의 숨소리를 드러냈다.

나의 여름방학 자율학습은 이렇게 시작됐다. 아버지가 다시 한번 번개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 후, 집보다는 학교가 더 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경비아저씨와는 이미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 그는 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점심시간에 사라져 나에게 한 시간의 자유를 허락했다.

삼 학년 교실 책상 위에 여름 방학 숙제를 펼쳐놓고 있을 때였다. 복도 끝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선명해졌고, 마침내 여러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소리가 뒤섞인 소란으로 변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에어컨은 꺼져 있었지만, 내 몸을 감싼 한기는 분명했다. 소리의 진원지인 음악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서자 갑자기, 복도의 온도가 10도쯤 내려간 것 같은 서늘함이 느껴졌다.

문을 살짝 열자 예상치 못한 광경에 숨이 멎었다. 음악실은 텅 비어 있었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속에서 분명히 먼지 입자들이 아이들 형태로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투명한 아이들이 서로 쫓고 웃고 노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작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미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아니, 피아노 앞의 먼지 입자들이 유미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준서야."

유미—아니, 유미처럼 보이는 먼지 덩어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름 바람에 스치는 풀잎 소리 같았다.

"우리는 매년 여름, 학교가 텅 비면 돌아와. 너무 일찍 떠난 아이들은 모두 그래. 우리에게는 마치지 못한 학교생활이 있으니까."

나는 말문이 막혔다. 공포보다는 이상하게도 위안이 느껴졌다. 그날 이후 매일, 나는 먼지로 된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그들은 내게 내가 놓친 수많은 순간들을 가르쳐 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상기시켜 주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유미는 점점 희미해지며 말했다. "준서야, 너는 살아 있어.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잊지 마." 개학날 아침, 학교에 도착했을 때 교실들은 다시 아이들의 소란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먼지 대신 진짜 친구들 속에 섞여 들어갔다. 창가로 비치는 햇살 속에서, 나는 유미의 미소를 마지막으로 목격했다—그것은 새 학기의 첫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에 흩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