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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여사친

학교 여사친: 이름 없는 편지

첫 번째 편지가 내 신발장에서 발견된 것은 봄비가 내리던 화요일 아침이었다. 분홍색 봉투에 담긴, 이름 없는 마음의 고백. 그때만 해도 나는 그것이 우리 학교 3년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혹시 너한테 온 거 아냐?" 교실로 들어서자 현아가 내 책상에 턱을 괸 채 물었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소위 '여사친'이었다.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내 손에 든 분홍 봉투를 쫓았다.

"모르겠어. 발신인이 없어." 봉투를 뜯으며 말했다. 현아의 숨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다. 편지의 내용은 놀랍도록 진솔했다. 누군가는 2년 동안 나를 지켜봐왔다고 했다. 내가 슬플 때, 웃을 때, 심지어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순간들까지.

"와, 진짜 로맨틱하다." 현아가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뭔가 이상한 음색이 섞여 있었지만, 나는 그때 알아채지 못했다.

그 후로 편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왔다. 급식실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올 때 내 표정, 교실 창가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때의 눈빛, 체육시간에 넘어져 다쳤을 때 나도 몰랐던 내 반응까지. 누군가 나를 너무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점점 추리 소설 속 배경이 되어갔다. 친구들은 발신인에 대한 가설을 쏟아냈고, 몇몇은 내기까지 걸었다. 그런 와중에도 현아는 의외로 조용했다. "괜찮아? 요즘 좀 이상해 보여." 어느 날 물었더니, 그녀는 그저 시험 준비가 힘들다며 웃어 넘겼다.

열 번째 편지가 왔을 때, 나는 결심했다. 비밀 발신인을 찾아내기로. 그리고 마침내 육교 아래 벚꽃 나무에서 만나자는 마지막 편지를 받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내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가운데, 나무 그림자 아래 서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점점 다가가자 그 윤곽이 선명해졌다. 현아였다.

"너였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현아는 쓰게 웃었다. "미안해. 처음엔 그냥 장난이었어. 네가 누구한테 고백받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근데 쓰다 보니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들이 나오더라."

학교 3년 동안 매일 보았던 얼굴인데, 그날 처음으로 현아를 제대로 보는 것 같았다. 오랜 여사친의 낯익은 눈동자 속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때로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보이지 않는 법이라더니.

"이제 어떡하지?" 내가 물었다.

현아는 잠시 침묵했다가,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마음을 담은 말을 꺼냈다. "너의 대답을 듣고 싶어. 이번엔 편지 말고, 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