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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학교: 마지막 종이비행기

창문 너머로 시험지가 날아갔다. 내 인생을 결정할 수능 모의고사 답안지였다. 바람은 그것을 가볍게 데리고 놀았고, 나는 숨도 쉬지 못한 채 6층 교실 창문에 매달렸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잡고 싶어? 그럼 같이 가자."

옆자리의 김태영이 웃으며 창틀을 넘어갔다. 떨어지면 큰일 나는데. 그런데 그가 발을 디딘 곳엔 보이지 않던 작은 발판이 있었다. 비상계단이었다. 태영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학교가 이렇게 재밌는 곳인 줄 몰랐지? 와봐."

망설임 끝에 따라나선 비상계단은 학교 전체를 거미줄처럼 감싸고 있었다. 우리는 담임 최 선생님의 창문 앞을 지나쳤다. 선생님은 책상에 엎드려 흐느끼고 있었다. 3년간 한 번도 웃지 않던 그 사람이 울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이혼 서류와 약병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더 아래로 내려갔다. 2학년 음악실 앞에서는 정현이가 몰래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다. 수학경시대회에만 나가던 아이가 이런 음악적 재능이 있었다니. 그 옆 미술실에서는 항상 꼴찌인 민수가 놀라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저게 다 우리 학교야," 태영이 속삭였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학교."

우리는 운동장까지 내려왔다. 내 답안지는 벤치 위에 고요히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더 이상 그것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태영이 내 답안지를 집어 종이비행기로 접었다.

"야, 뭐하는 거야!" 나는 소리쳤다.

"진짜 중요한 건 이거야." 그가 비행기를 날렸다. 놀랍게도 그것은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6층 우리 교실 창문으로 날아들어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 학교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는 곳이야. 비밀 통로, 숨겨진 이야기들, 누구도 보지 못한 재능들로 가득해."

그때 종소리가 울렸다. 태영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됐다.

"난 이제 가봐야 해."

"어디로?"

"졸업했거든." 그제서야 깨달았다. 태영이란 학생은 우리 학교에 없었다. "3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마지막 종이비행기를 날렸어. 근데 그게 창문으로 들어가지 못했거든."

뒤돌아보니 태영은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운동장 한쪽에 작은 비석이 보였다. '김태영, 꿈을 찾아 떠난 학생, 2020년 4월 13일.'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교실로 돌아가자 내 책상 위에는 답안지가 펼쳐져 있었다. 모든 답이 채워져 있었고, 그 위에 쪽지가 하나 놓여있었다. "정답은 네 안에 있어. 학교는 네가 만드는 만큼 재밌는 곳이야."

창밖을 보니 새 무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그 속에 한 마리 종이비행기가 함께 날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