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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직장

학교와 직장 사이: 졸업하지 못한 교실

김 부장은 매일 아침 8시 30분, 출근 카드를 찍고 바로 9교시 수학 시험을 치러 간다. 이상하게도 아무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늘 아침도 그는 서류가 가득한 서류가방을 들고 회사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층수 버튼 중 3층과 4층 사이에 '3학년 4반'이라는 버튼이 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동안, 그의 몸은 서서히 변화했다.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키가 10센티미터 줄어들고, 흰머리가 검게 변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학교 복도가 나타났다. 형광등 불빛 아래 반들거리는 초록색 바닥과 오래된 교실 문, 그리고 분필 냄새와 청소용 솔벤트 향이 뒤섞인 공기가 그를 반겼다. 그는 이제 완전히 17세의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김 부장님! 프레젠테이션 자료 가져오셨죠?" 수학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선생님은 마치 회사 회의실에서 본 적 있는 임원처럼 정장을 입고 있었다.

"네, 여기 있습니다." 그가 서류가방에서 꺼낸 것은 수학 시험지가 아니라 분기별 실적 보고서였다.

교실의 학생들은 모두 그의 회사 동료들이었다. 마케팅팀 이 과장은 교복을 입고 껌을 씹고 있었고, 50대의 인사팀 박 차장은 소녀처럼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있었다. 모두가 학생인 동시에 직장인이었다.

"이번 숙제는 4분기 예산안과 이차방정식 풀이입니다. 내일까지 제출해주세요." 선생님이 말했다.

벨이 울리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시간이었다. 김 부장은 구내식당으로 향했지만, 그곳에는 학교 급식이 차려져 있었다. 동료들은 급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김치와 고기완자를 받았다.

"김 부장님, 이번 성적 어떻게 나왔어요? 승진 대상인가요?" 옆자리의 대리가 물었다.

"아... 중간고사에서 실적이 좀 부진했어. 정직원 평가에서 C+ 받았어."

그때 교실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김 부장은 교무실로 오세요."

그는 교무실로 향했다. 교감 선생님은 CEO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김 부장, 자네 졸업 못할 것 같네. 15년째 3학년인데 아직도 실적이 목표치에 미달이야. 평생 이 학교에서 살 생각인가?"

순간 김 부장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운동장에서는 신입사원들이 체육복을 입고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문득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15년 전 취업한 이후로 단 한 번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날 밤, 김 부장은 회사 책상에 앉아 사표와 자퇴서를 동시에 작성했다. 아침이 되자 그는 평소와 달리 3학년 4반 버튼이 아닌 '옥상' 버튼을 눌렀다. 옥상에 도착한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처음으로 진짜 하늘을 보았다. 시험도, 보고서도, 성적표도, 실적도 없는 푸른 하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