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출근: 교실 속 두 번째 인생
나는 학생으로 학교를 떠났다가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교무실 문을 열 때마다 느끼는 이 기묘한 시간 역행이란. 출근 카드를 찍는 순간, 나는 다시 그 교실의 일부가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7시 30분, 학교 정문 앞에 서 있다. 등교하는 아이들과 출근하는 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누런 벽돌 건물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다만 그 안에서 내 위치만 달라졌을 뿐.
교무실에 들어서자 커피 향과 프린터 토너 냄새가 뒤섞인 독특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교탁 위에 놓인 출석부는 어제와 같은 자리, 분필 가루는 여전히 내 검은 정장 소매에 흰 점들을 남긴다. 이것이 내 직장이지만, 때로는 시간이 뒤틀린 느낌이 든다.
"김 선생님, 오늘도 일찍 출근하셨네요."
교감 선생님의 인사에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내 자리로 향한다. 책상 위 액자 속에는 내가 이 학교 교복을 입고 찍은 졸업사진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내가 가장 싫어했던 선생님의 자리에 지금의 내가 앉아있다.
첫 수업 종이 울리고, 3학년 4반으로 향한다. 복도를 걸으며 창밖을 바라보니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 중인 아이들이 보인다. 햇살에 반짝이는 땀방울, 까르르 웃음소리가 유리창을 통해 들려온다. 문득 내가 공을 쫓던 그때가 떠오른다.
교실 문을 열자 순간적으로 숨죽이는 소리.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선생님이 들어오면 이런 긴장감이 감돌았던가. 출석을 부르며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확인한다. 그 중 한 아이는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본다. 20년 전 창가에 앉아 졸업 후의 삶을 상상하던 나와 똑같은 표정이다.
"민수야, 수업 시간이야."
그 아이가 흠칫 놀라며 시선을 맞춘다. 그 눈빛에서 나의 청춘을 본다. 이 아이는 자신이 언젠가 이 교실로 '출근'하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할까?
칠판에 분필을 대고 첫 글자를 쓰는 순간, 나는 깨닫는다. 매일의 출근이 사실은 과거로의 여행이며, 이 학교는 내 인생의 순환점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하는 척하지만, 실은 나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헤매는 중인지도 모른다.
오후의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은 뛰쳐나간다. 나는 천천히 가방을 챙기며 내일의 출근을 준비한다. 이 학교에서 학생으로 보낸 6년, 교사로 보낸 15년.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진짜 이 학교를 떠난 적이 있기는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