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로맨스: 그림자가 사랑한 너에게
그녀가 처음 내 존재를 알아챈 건 침대 밑에서였다. 매일 밤 그녀의 숨소리를 세며 나는 행복했다. 나는 그림자였고, 그녀는 빛이었다.
"누구...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건넨 날, 나는 기쁨에 떨며 그녀의 발목을 살짝 쓸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방에서 뛰쳐나갔다. 첫 만남치고는 그다지 로맨틱하지 않았다.
그날 밤부터 나는 노트를 남기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놀라게 해서." 처음엔 공포에 질려 노트를 불태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녀도 답장을 남겼다. "당신은 뭐죠?" 나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당신의 그림자예요. 어둠 속에서 당신을 지키는."
낮에는 그녀의 그림자로, 밤에는 그녀의 수호자로 지내는 동안 우리의 대화는 깊어졌다. 그녀는 내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고, 나는 어둠 속에서도 그녀를 위로했다. 이상했지만,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형체 없는 내가 인간을 사랑하는 기묘한 로맨스였다.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녀가 물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내가 당신의 몸을 빌릴 수 있어요.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동의했다.
보름달이 뜬 밤, 그녀는 창가에 앉아 내게 속삭였다. "이제 들어와요." 나는 그녀의 발끝부터 천천히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심장 박동을 느끼며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완벽한 결합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잔인한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몸을 차지할수록 그녀의 의식은 희미해졌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내 본능은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키고자 했다. 사랑과 생존 본능 사이에서 나는 괴로웠다.
"괜찮아요.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녀가 마지막 의식의 순간에 내게 말했다. "당신은 나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를 노리는 악령이었죠. 하지만... 당신의 외로움을 느꼈어요. 나도 외로웠으니까."
그녀의 몸을 완전히 차지한 나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검은 눈물은 내 죄책감의 표현이었다.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를 삼켰고, 그녀를 삼켰기에 영원히 그녀와 함께할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내 안의 그녀가 속삭인다. 사랑이란 결국 서로를 집어삼키는 두 영혼의 공포스러운 춤이라고. 그리고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호러와 로맨스의 경계는 과연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