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의 짝사랑: 그림자가 사랑할 때
내가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한 날부터, 그녀의 그림자는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몰랐다. 유리창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을,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그림자가 내게 손가락질하는 것을, 그녀가 잠든 밤 벽에 드리운 그림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민지야,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3년간 같은 회사에서, 매일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봄날의 햇살 같은 미소. 그 순간 그녀 뒤의 벽에 드리운 그림자가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아무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오직 나만이.
"미안해요.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녀의 그림자는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날 밤, 내 아파트 천장에 드리운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거미처럼 기어가며, 내 침대를 향해 내려왔다. 차가운 손길이 내 얼굴을 스치는 느낌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녀를 포기해," 그림자가 속삭였다. "그녀는 내 것이야."
다음 날, 민지의 책상에 커피 한 잔을 두고 왔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날 밤, 내 방의 모든 전구가 동시에 깨졌다. 유리 파편이 내 발등을 베었지만, 더 큰 공포는 깊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경고했잖아."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민지와의 첫 데이트,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느꼈던 따스함. 우리가 같이 찍은 사진에는 항상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녀의 그림자가 나를 향해 있는 것. 그녀는 웃지만, 그림자는 결코 웃지 않았다.
"요즘 이상한 꿈을 자주 꿔," 어느 날 민지가 말했다. "누군가가 내 옆에서 자고 있는 꿈. 내가 아닌 다른 나." 그날 밤,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도와줘,"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내 방에 누가 있어. 내가... 내가 침대 밑에 숨어있는데..." 전화가 끊겼다.
달려갔다. 문은 열려 있었고, 방은 어두웠다. "민지야?" 침대 밑을 들여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때 침대 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민지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그녀의 눈은 깊은 어둠처럼 검었다.
"드디어 왔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민지의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참 외로웠어. 누군가 나를 봐주길, 만져주길, 사랑해주길 기다렸어." 그녀의 피부 아래로 검은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이제 우리 함께 있을 수 있어. 영원히."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사랑한 것은 민지가 아니었다. 나는 항상 그녀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도, 오랫동안 나를 짝사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