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호러: 1408호의 속삭임
문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알 수 없는 한기가 내 손가락 끝에서 온몸으로 번졌다. 호텔 안내책자에는 없던 1408호. 리셉션 직원은 내 질문에 그런 방은 없다고 했지만, 복도 끝에 분명히 그 숫자가 달린 문이 있었다.
평소 호기심이 넘치는 여행 블로거로서 버려둘 수 없는 미스터리였다. 열쇠를 가져온 건 호텔 내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간단한 도구들뿐이었다. 양심의 가책? 글쎄, 존재하지도 않는 방에 무단 침입이라면 범죄라고 할 수 있을까?
문이 열리자 곰팡이 냄새와 함께 오래된 가죽과 나무의 향기가 섞인 공기가 밀려왔다. 방은 놀랍도록 깨끗했다. 1920년대 스타일의 가구들, 벽에 걸린 금박 액자, 창가의 빈티지 전화기까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완벽한 보존 상태였다.
"사진 몇 장만 찍고 나가자." 내 목소리가 방 안에서 이상하게 울렸다. 메아리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내 말을 따라 하는 것처럼.
침대 위에는 낡은 방명록이 놓여있었다. 첫 페이지에는 '호텔 그랜드 파라다이스 1408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 아래로 수십 명의 이름과 날짜들. 마지막 서명은 1976년 6월 7일, 제임스 하퍼였다.
갑자기 문이 쾅 하고 닫혔다. 놀라 뒤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문손잡이를 돌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창밖은 어느새 깊은 밤이었다. 분명 오후 3시에 들어왔는데. 벽시계는 여전히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전화기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제임스."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밤 투숙객 명단을 확인하러 왔어요. 당신이 마지막이네요."
"제... 제임스 아닙니다. 전 그냥..."
"우리 모두 처음엔 그랬어요." 목소리가 웃었다. "방명록에 서명하셨나요? 서명하셔야 체크아웃이 가능합니다."
방명록이 저절로 페이지를 넘기더니 빈 줄에 멈췄다. 펜이 굴러와 내 손가락 옆에 멈춰 섰다. 벽에 걸린 액자 속 사진들 속 인물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서명만 하세요. 그럼 모든 게 끝나요." 전화기 속 목소리가 속삭였다.
손을 뻗어 펜을 집었다. 그런데 내 손이 마치 영화 속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였다. 마침내 펜을 잡았을 때, 내 손이 아니었다. 주름진 노인의 손이었다.
욕실 거울로 달려갔다. 거울 속에는 내가 아닌 백발의 노인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표에는 '제임스 하퍼'라고 쓰여 있었다.
전화기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호텔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 호텔의 이야기는 당신에게서 시작되고, 당신에게서 끝나지 않아요."
지금도 누군가가 1408호를 찾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방을. 그리고 그 방은 언제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