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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남친

호텔 남친: 1104호의 비밀

그는 매일 밤 나를 기다렸다. 1104호. 문을 열 때마다 같은 자세로 창가에 서서, 시선 한 번 돌리지 않고 도시의 불빛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이 호텔의 유령이라는 소문은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왔네요." 내가 청소 카트를 밀고 들어서자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은 1104호를 담당하길 거부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그와의 일방적인 만남이 위안이 되었다. 내가 창문을 닦고, 침대 시트를 갈고, 먼지를 털어내는 동안 그는 한결같이 창밖만 응시했다.

그날까지는.

"당신은 왜 도망가지 않죠?" 그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거칠었다. 청소기를 손에 든 채 나는 얼어붙었다. 3년 동안 매일 밤 청소하던 방이었지만, 그가 말을 건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서... 일해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은 서른 즈음으로 보였지만, 눈빛은 훨씬 오래된 것 같았다. "모두가 도망갔는데."

침대 시트를 정리하며 답했다. "당신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혼자 있는 게 더 무서우니까요."

그가 처음으로 미소지었다. "재밌네요. 나도 똑같은 이유로 여기 있어요."

그날부터 우리는 대화했다. 그의 이름은 민석이었고, 15년 전 이 방에서 자살했다고 했다. 사업 실패와 배신, 그리고 외로움. 그는 도시의 불빛을 보며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결국 알약을 선택했다고 했다.

"왜 다른 곳으로 가지 않나요?" 어느 날 물었다.

"갈 곳이 없어요. 아무도 날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의 대답은 나의 상황과 너무 닮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석은 내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호텔 직원들은 내가 1104호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 수군거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내 하루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나는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한 우정.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를 감정이 자라났다.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오늘 떠나야 할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어디로요?" 갑작스러운 상실감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 방에 묶여있지 않다는 걸 느껴요. 당신 덕분에."

그날 밤, 그는 사라졌다. 침대 위에는 낡은 일기장이 놓여 있었다. 표지에는 '민석의 기록'이라고 적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 첫 페이지에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1104호 투숙객 명단에는 민석이라는 이름의 손님이 없었습니다 - 호텔 관리자'

그 아래로는 내 필체로 가득했다. 3년간의 일기들. 민석이라는 상상 속 친구와 나눈 대화들. 마지막 페이지에는 어젯밤 내가 쓴 듯한 문장이 있었다. "이제 혼자가 아니야. 더 이상 이 방에 머물 필요가 없어."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내 얼굴을 비췄다. 처음으로, 나는 창 너머 도시가 아닌 내 미래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