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대표님의 이면
호텔 로비의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에서 그는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으로 불리는 정민수는 30년 경력의 호텔리어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 럭셔리 호텔의 실제 소유주가 된 지는 고작 3일째였다.
"민수 씨, 아니 대표님," 비서가 말을 고쳐 부르며 다가왔다. "VIP 고객들을 위한 환영 연설 5분 전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마블 바닥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5성급 호텔의 대표. 그의 진짜 직업은 보험 설계사였다. 고작 3일 전, 그는 이 호텔의 진짜 대표 김회장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너무나 닮았다는 이유로 이 역할을 제안받았다.
"김 회장님은 언제 돌아오시죠?" 그가 조용히 물었다.
"걱정 마세요. 일주일만 버티시면 됩니다. 그저 존재감만 보여주세요. 중요한 결정은 제가 모두 처리할게요."
로비에 들어서는 투숙객들을 향해 미소짓던 그는 시선을 돌렸다. 반짝이는 대리석 기둥 사이로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연회장으로 향하는 길, 그는 비서에게 물었다. "저기, 혹시 김 회장님은 왜 갑자기 자리를 비우신 거죠?"
비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모르는 게 좋습니다, 대표님."
연회장 문을 열자 샴페인 향과 우아한 재즈 선율이 그를 맞이했다. 수백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마이크 앞에 서자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했다. 알 수 없는 번호에서 온 메시지였다.
'가짜 대표님, 연설 잘 하세요. 김 회장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의 자리를 이어받을 준비가 되셨나요? 뒤를 조심하세요.'
차가운 공포가 온몸을 덮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객석을 바라보았다. 검은 정장의 남자들이 출구마다 서 있었고, 비서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웃음소리와 샴페인 잔 부딪치는 소리가 갑자기 위협적으로 들렸다.
"환영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 이제 돌아갈 길은 없었다. "오늘부터 이 호텔의 모든 것이 변할 겁니다."
청중들이 박수를 쳤다. 그는 이제 알았다. 이 호텔의 화려함 뒤에는 어둠이, 대표라는 직함 뒤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이 새로운 역할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진짜 대표가 되는 것, 그것은 단순히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가면이 되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