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탐험대: 재밌는 1127호의 비밀
호텔 문이 내 뒤에서 '딸깍' 소리와 함께 닫히는 순간, 나는 내가 예약한 방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방 번호 1127. 예약 확인서에는 분명 927호였는데.
키카드를 다시 살펴보니 분명 1127호라고 적혀 있었다. 이상하게도 불안함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다. 방 안으로 발을 내딛자 숲 속에서나 맡을 법한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침대 위에는 작은 호두 열매가 하나 놓여 있었고, 창문으로는 해변이 보였다. 55층짜리 도심 호텔에서 말이다.
"이게 다 무슨 장난이죠?" 내가 중얼거리자, 천장에서 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난이 아니라 모험이에요! 1127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물건을 내려놓고 욕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욕조는커녕 복도가 나타났다. 호텔 복도 같았지만, 벽지는 나무껍질 질감이었고 양탄자는 푸른 이끼처럼 보였다. 복도 끝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들어와도 돼요."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작은 카페가 나타났다. 테이블에는 초콜릿 케이크와 따뜻한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하트 모양을 그렸다. 창밖으로는 아까와 다른 풍경, 눈 덮인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당신은 지금 호텔 1127호의 재밌는 비밀을 발견한 거예요." 카페 구석에서 노인이 말했다. 그는 호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 방은 50년에 한 번, 특별한 손님을 위해 열립니다."
내가 특별하다고? 웃음이 나왔다. "실수로 온 건데요."
"실수라는 건 없어요. 이 방은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아내죠."
노인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이 방의 문은 당신이 가고 싶은 어느 곳으로든 열릴 수 있어요. 단, 24시간 동안만."
나는 케이크를 한 조각 집어들며 생각했다. 가고 싶은 곳? 어디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꿈들, 가보지 못한 곳들,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럼 돌아올 수는 있나요?" 내가 물었다.
노인은 미소지었다. "그건 당신이 찾아야 할 답이에요. 모든 여행에는 귀환이 있지만, 떠나기 전과 같은 사람으로 돌아오진 않죠."
내 손에 작은 열쇠가 놓였다. 황금빛이 도는 그 열쇠에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내 이름이 아닌, 내가 언젠가 되고 싶었던 사람의 이름이었다.
나는 케이크를 마저 먹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이었다. 열쇠를 꽉 쥐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평범한 호텔 객실로 돌아갈 테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1127호의 재밌는 비밀과 함께했다. 다음 문을 열기 위해 일어서며, 나는 처음으로 오랜 시간 만에 진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