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복도에서의 짝사랑
매일 아침 9시 정각, 1507호 손님은 문을 열고 나온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위해 호텔 복도 청소 시간을 조절한다. 5년차 호텔리어인 내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녀가 호텔에 체크인한 지 어느덧 17일째. 장기 투숙객이라는 그녀의 이름은 서은채. 나는 그녀의 이름조차 호텔 시스템으로만 알 뿐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내가 복도를 청소하는 척하며 건넨 인사에 그녀는 항상 같은 미소로 답한다. 흰 면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 은은한 꽃향기 같은 그녀의 향수 냄새, 뒤로 묶은 포니테일이 흔들리는 모습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호텔이라는 공간은 이상하다. 같은 건물에 있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다. 마치 평행우주처럼.
"저기... 혹시 이 근처에 괜찮은 식당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열여덟 번째 날,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순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손에 쥐고 있던 걸레를 떨어뜨릴 뻔했다. 나는 근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추천했고, 그녀는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열아홉 번째 날, 그녀는 레스토랑이 정말 좋았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스무 번째 날, 나는 용기를 내 퇴근 후 커피 한 잔 할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미소와 함께 "다음에요"라고 답했다. 그 '다음'이 언제인지는 정하지 않았다.
스물한 번째 날, 그녀의 방은 비어 있었다. 체크아웃 명단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다. 마음 한켠이 무너져 내렸다. 프런트에 있는 동료는 그녀가 남긴 봉투를 건네주었다. 봉투 안에는 짧은 메모와 함께 레스토랑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당신의 추천 덕분에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곳에서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어요. 그리고... 우리는 오래된 인연을 다시 이어가기로 했어요. 감사합니다."
영수증 뒷면에는 또 다른 메시지가 있었다. "호텔은 이상한 공간이에요. 일시적인 감정도 진짜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당신은 누군가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될 거예요. 그저 이곳이 아닐 뿐이에요."
나는 그 종이를 호텔 유니폼 주머니에 넣었다. 1507호로 향하는 복도를 닦으며 생각했다. 호텔은 수많은 인연의 교차점이다. 누군가에겐 시작이고, 또 누군가에겐 끝이다. 내일도 새로운 손님들이 체크인할 것이고, 나는 여전히 이 복도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안다. 호텔에서의 짝사랑은 체크아웃과 함께 끝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