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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화장품

호텔 화장품의 비밀

그녀는 호텔 화장품을 모으는 습관이 있었다. 어머니의 장례식 날, 나는 그녀의 방을 정리하며 침대 밑에서 작은 상자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그녀가 30년간 방문했던 모든 호텔의 미니어처 화장품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각 병마다 날짜와 장소가 적힌 작은 라벨이 붙어 있었다. "그랜드 하얏트, 1992년 6월 15일", "리츠 칼튼, 2003년 9월 4일", "호텔 델 루나, 2018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혼자 호텔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내 가슴을 무겁게 눌렀다. 어머니에 대해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어머니는 매일 아침 같은 로션과 향수를 사용했다. 그 익숙한 향기가 집 안에 가득할 때마다, 나는 그것이 어머니의 정체성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은 수집품들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인생, 다른 정체성을 동경했던 걸까?

마지막 화장품 세트가 놓인 자리에는 봉투 하나가 있었다. 내 이름이 적힌 봉투였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쳤다.

"내 아이에게, 이 작은 병들은 내가 너를 위해 만든 지도란다. 네가 태어나기 전, 그리고 네가 자라는 동안 내가 가본 모든 곳. 내가 떠난 후에, 이 호텔들을 방문해보렴. 각 장소에 내가 너를 위해 남긴 것이 있단다."

첫 번째 라벨의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할 때 내 이름을 말하자, 리셉션 직원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께서 맡기신 물건입니다." 작은 상자를 건네받았다. 안에는 내가 태어났을 때 찍은 사진과 또 다른 미니어처 화장품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어머니의 손글씨로 라벨이 붙어 있었다.

"이 호텔의 샴푸 향기처럼, 네 인생도 상쾌하고 풍성하길. 다음 장소: 리츠 칼튼, 방 2314."

순간 깨달았다. 어머니는 죽어가면서도 내게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모았던 화장품처럼 조각조각 나뉜 인생의 순간들을 하나로 모아, 내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음 호텔로 향하며,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의 향기가 아닌, 나만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시작했다.

지금도 가끔, 낯선 호텔 방에서 화장대 위에 놓인 작은 화장품 병을 보면, 나는 어머니가 나를 위해 설계한 보물찾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느낀다. 어쩌면 인생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남긴 작은 단서들을 따라가며, 우리 자신만의 이야기를 조금씩 완성해가는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