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담긴 짝사랑
그녀의 립스틱 자국이 내 셔츠 깃에 남은 것은 그저 우연이었다. 승희는 내게 화장품을 파는 백화점 직원이었고, 나는 어머니 생신 선물을 사러 온 남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 선명한 붉은 자국은 마치 의도적으로 남겨진 사랑의 표식처럼 내 가슴에 남았다.
"어떤 화장품이 좋을까요?" 내가 물었을 때, 승희의 눈빛은 형광등 아래서도 반짝였다. 그녀는 전문가다운 태도로 여러 제품을 추천했지만, 그때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화장품 설명보다 그녀의 입술 움직임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이건 최근에 나온 안티에이징 세트예요. 어머님께 딱 좋을 것 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녀의 향수 냄새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오렌지와 바닐라가 섞인 달콤한 향기, 그 향기는 이제 내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일주일에 세 번, 나는 '어머니를 위한' 다른 화장품을 사러 그 백화점을 찾았다. 어머니의 화장대는 이미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승희의 미소를 보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냈다. "아, 이건 누나가 좋아할 것 같아서요." "이번엔 여자친구 선물로요." 거짓말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승희는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그녀의 친절함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것인지, 아니면 내게만 특별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화장품을 판매하는 그녀의 직업적 미소 뒤에 숨겨진 진심을 읽을 수 없었다.
그날,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커피 한 잔을 제안했다. 그녀의 놀란 표정,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부드러운 미소. "죄송해요, 오늘은 야근이라..." 정중한 거절이었지만, 그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립스틱을 내 셔츠에 묻혀가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다음에요."
하지만 '다음에'는 오지 않았다. 다음 주에 방문했을 때, 그녀의 자리에는 다른 직원이 있었다. "승희씨요? 아, 그분 결혼 준비 때문에 퇴사하셨어요."
그날 밤, 나는 수많은 화장품 상자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녀를 위해 산 것이 아니었는데도, 모든 화장품에서 그녀의 향기가 났다. 내 셔츠 깃의 립스틱 자국은 이미 세탁되어 사라졌지만, 그 흔적만큼은 내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지금도 가끔, 거리를 지나는 누군가에게서 오렌지와 바닐라 향이 섞인 향수 냄새가 나면,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 없다. 단지 내 짝사랑의 흔적만이, 마치 오래된 화장품처럼 내 기억 속에 남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