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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공포

회사의 공포: 그림자 사무실

내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가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누군가 그것을 뒤적였다. 열두 번째 층 구석에 위치한 내 자리는 CCTV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야근이 일상이 된 회사에서 나만의 작은 비밀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안전하지 않았다.

형광등 불빛이 깜빡이는 사무실은 한밤중에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텅 빈 사무실에 남은 건 나와 컴퓨터 모니터의 푸른빛, 그리고 커피머신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붉은 불빛뿐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갈 시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을 때 느껴지는 으스스한 한기는 이제 익숙해져 버렸다.

"김 과장, 또 남아있네." 경비 아저씨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오늘은 경비실이 비어 있었다. 로비의 시계는 새벽 2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 날, 회사 메신저에 익명으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당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몰래 추진하던 이직 준비, 아니면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장난?

그날부터 사무실은 공포의 미로가 되었다. 복사기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이 마치 누군가의 속삭임처럼 들렸고, 화장실의 형광등은 내가 들어갈 때마다 깜빡였다. 회의실을 지나칠 때마다 유리창에 비친 또 다른 나를 발견했지만, 그 모습은 내가 움직이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료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보고 있었지만, 모두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팀장의 미소는 너무 과장되었고, 신입사원의 눈빛은 마치 나를 관찰하듯 차가웠다. 점심시간에 우연히 엿들은 대화, "그 자리에 앉으면 안 돼", "벌써 세 명째"라는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날 밤, 모든 직원이 퇴근한 후 내 호기심은 공포를 이겼다. 회사의 서버실로 향했다. 보안 카드를 긁자 문이 열렸고, 서버실 안에는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모니터 수십 개가 벽에 걸려 있었고, 각 화면에는 직원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내 자리도 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 책상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은... 나였다.

다음 날 아침, 동료들은 내 자리에 앉아있는 '나'에게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를 건넸다. 아무도 내가 아닌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회사의 진짜 공포는 대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이미 대체되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