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비밀 남친: 투명한 사랑의 그림자
남들이 퇴근하는 시간, 내 업무는 시작된다. 그의 책상 서랍에 슬쩍 넣어두는 포스트잇 쪽지가 우리 관계의 전부였다.
회사 규정은 명확했다. 직원 간 연애 금지. 그런데도 김과장의 미소는 내 이성의 벽을 허물어버렸다. 우리의 첫 만남은 신입사원 교육 때였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과 따뜻함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는 내 직속 상관이었고, 우리의 관계는 비밀이 되어야만 했다.
"오늘 밤에도 야근이라고 했어?" 친구 수진이 물었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이 일상이 된 지 6개월째였다. 회의실에서 마주치는 그의 눈빛, 복사기 앞에서 스치는 손끝, 퇴근 후 만나는 회사 뒤편 작은 카페. 우리의 사랑은 그림자처럼 숨겨져 있었다.
그날 밤, 인사팀의 이메일이 전 직원에게 발송되었다. '사내 연애 관련 규정 완화 공지'. 화면을 보는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드디어 우리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이 온 것이다. 흥분된 마음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소식 들었어? 이제 우리..." 내 말은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끊겼다.
"미안해, 지금 아내와 함께 있어. 내일 이야기하자."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아내? 그는 결혼한 남자였다. 회사 내 모두가 알고 있었던 사실. 나만 몰랐던, 아니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
다음 날, 그의 책상은 비어 있었다. 인사팀에서는 '개인 사정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퇴사'라고만 알렸다. 그의 서랍을 정리하던 팀장이 내게 건넨 것은 작은 봉투 하나. 그 안에는 내가 그에게 보냈던 모든 포스트잇과 짧은 편지가 들어있었다.
"미안해, 난 너무 이기적이었어. 네가 행복했으면 해. - 현우"
사무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남친이 아닌, 그저 '회사의 김과장'으로 기억해야 할 사람. 그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본다. 일년 동안의 사랑은 회사 컴퓨터의 파일처럼 영구 삭제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백업 버튼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