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사: 인생 학교의 새로운 교실
출근 첫날, 서른다섯의 나는 초등학교 교문 앞에 서 있었다. 학생이 아닌 직원으로서.
"김 과장님, 교실형 공유 오피스 어떠세요? 혁신적이죠?" 사업부장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한 이 회사는 '인생 학교'라는 컨셉으로 운영되었다. 책상은 교실 책상 그대로, 회의실은 예전 교무실이었다. 내 자리는 3학년 2반, 창가 쪽이었다.
시간표 형식의 업무 일정표가 벽에 붙어 있었다. 1교시는 '영업 전략', 2교시는 '고객 미팅', 점심시간 후 3교시는 '신제품 개발 회의'. 옛 학교 종소리도 그대로 활용해 시간을 알렸다. 처음엔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님을 깨달았다.
"김 과장, 숙제 안 해왔어요?" 사장은 실제로 선생님처럼 굴었다. 프로젝트 진행이 늦어지면 벌로 방과 후에 남아 있어야 했다. 회의실엔 칠판이 있었고, 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은 앞에 나와 반성문을 써야 했다. 점심시간에 울리는 종소리는 식당으로 달려가는 직원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느 날, 나는 내 옛 초등학교 앨범을 들춰보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 사장의 얼굴이 담임 선생님 자리에 있었다. 사업부장은 교감 선생님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교직을 그만두고 비즈니스 세계로 뛰어든 그들은 어쩌면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더 충격적인 건 내가 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사실이었다. 업무가 끝나면 손을 들고 "퇴근해도 됩니까?"라고 물었고, 실수를 하면 반사적으로 "죄송합니다, 다음엔 더 잘 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학교에서의 훈련이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아이러니.
3개월째 되던 날, 갑자기 모든 직원이 대강당으로 불려갔다. 사장은 무대 위에서 "졸업식을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되어 우리는 모두 '졸업'하게 된 것이다. 퇴직금 대신 졸업장을 받았다.
회사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평생 학생이고, 세상은 끝없는 학교라는 것을. 다음 회사로 가는 길, 나는 이력서 대신 필통과 신학기 노트를 준비했다. 어쩌면 진짜 인생 학교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