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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남친

MBTI와 남친: 유형의 함정

그의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그의 MBTI를 분석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만날 수 있을까요?" INFJ라고 자신을 소개한 민준의 문자엔 언제나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F형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첫 만남에서부터 나는 그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기념사진 찍자!" 그가 순간적으로 긴장하는 표정을 보며 내심 생각했다. '역시 내향형이야.' 민준은 항상 내 예상대로 움직였다. 계획적이고 완벽주의적인 J답게 데이트 코스는 언제나 미리 짜여 있었고, 감성적인 F답게 내 생일엔 손글씨로 쓴 편지를 건넸다. 모든 것이 그의 INFJ 프레임 안에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너는 ENTJ야, 맞지?" 어느 날 그가 물었을 때,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서로의 유형을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믿었다. 모든 행동, 말투, 심지어 침묵까지도 16가지 성격 유형의 틀 안에서 해석했다. "우리는 천생연분이야, 골든 페어라고 하잖아." 내가 말했을 때, 민준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6개월째 되던 날, 그와의 데이트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했다. 언제나 조용하고 신중했던 민준이 낯선 사람들과 활기차게 대화하고 있었다. 계획적이어야 할 그가 즉흥적으로 노래방을 제안했고, 감성적이어야 할 그가 논리적으로 우리의 관계에 대해 분석했다.

"너... 정말 INFJ 맞아?" 내가 물었을 때, 민준은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사실은, 그때 테스트 결과가 ENTP였어. 근데 네가 내향적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의 고백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규정해둔 프레임에서 벗어난 그를 바라보는 것은 마치 처음 만난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나는 다시 MBTI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INTP. 6개월 전과 달랐다. 내가 확신했던 내 모습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도 아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우리는 서로를 16가지 상자 중 하나에 가두고, 그 안에서만 사랑하려 했던 걸까?

다음 날, 민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저녁에 만날 수 있을까?" 물음표 하나로 끝난 내 문자에, 알림이 울렸다. "넌 누구야?" 그의 장난스러운 답장을 보며 웃었다. 아마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테스트가 아니라, 테스트 없이 서로를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