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초콜렛: 너의 맛을 알고 싶어
오늘 아침, 나는 '당신의 MBTI에 맞는 초콜릿을 찾아드립니다'라는 황당한 간판의 가게 앞에 서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어제 연인에게 받은 문자 - "우리 너무 안 맞는 것 같아. 내 MBTI는 INFJ야." - 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들어오셨네요, I... 흠, ISTP?" 창백한 얼굴의 초콜라티에가 문을 열자마자 나를 보고 말했다. 그의 코트 위에는 미세한 카카오 가루가 별자리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어떻게 알았죠?" 나는 경계하며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내 손목을 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가게 내부는 16개의 유리 진열장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 진열장에는 서로 다른 모양과 색깔의 초콜릿이 정교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당신의 눈빛에서 관찰력이 보이고, 말투에서 논리가 느껴지며, 걸음걸이에선 즉흥성이 드러나요." 그가 ISTP 진열장에서 은색 포장의 초콜릿을 꺼내며 말했다. "다크 초콜릿에 소금 한 꼬집, 그리고 살짝의 칠리 파우더. 실용적이고 담백하지만 예상치 못한 짜릿함이 있죠."
초콜릿이 입안에서 녹자 묘한 감각이 혀끝에서 퍼져나갔다. 쓰다가 짜고, 다시 매운맛이 뒤따르는 복합적인 풍미. 이상하게도 내 성격을 음미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INFJ 초콜릿도 보여주세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초콜라티에는 미소를 지으며 보랏빛 상자를 꺼냈다.
"화이트 초콜릿 베이스에 라벤더와 장미수를 넣고, 가장자리는 다크 초콜릿으로 감쌌죠.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복잡한 내면을 품고 있어요."
그 초콜릿을 맛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 혀가 느끼는 것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그녀의 본질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시의 운율, 그녀의 웃음소리,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의 감정이 모두 녹아있었다.
"이해가 안 돼요." 내가 중얼거렸다.
"초콜릿은 그저 초콜릿이 아니에요." 초콜라티에가 설명했다. "우리가 먹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죠. 당신은 그녀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여기 온 겁니다."
그날 밤, 나는 그녀에게 보랏빛 상자를 보냈다. 메시지 하나만 첨부했다. "네 맛을 알게 되었어. 내 맛도 알고 싶니?"
다음 날 아침, 내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그녀가 은색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세한 초콜릿 자국이 남아있었다. MBTI는 단지 네 글자일 뿐, 우리의 맛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다는 것을 우리 둘 다 알게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