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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귀신

간식을 훔치는 귀신: 깊은 밤의 손님

냉장고 문이 스르륵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새벽 3시 27분. 분명 딸칵 잠그고 잤는데, 부엌에서 들려오는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선명했다. 혼자 사는 원룸에서.

이불 속에서 몸이 굳었다. 숨소리마저 죽인 채 귀를 기울이자 누군가 과자 봉지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사둔 허니버터칩. 도둑이라면 노트북이나 지갑을 먼저 찾았을 테니, 도둑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용기를 내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실 문 틈새로 부엌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희미한 냉장고 불빛 아래,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내 간식 바구니를 뒤적이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이 바닥까지 늘어진 채.

"저... 누구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피부는 창백했지만 얼굴은 의외로 평범했다. 다만 눈가에 짙은 다크서클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무섭게 보일 뿐이었다.

"미안해요. 배고파서..." 여자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맑았다.

그녀의 손에는 내가 아끼던 마지막 초콜릿 쿠키가 들려있었다. 공포는 어느새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귀...귀신인가요?"

여자는 쿠키를 베어 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윗집 사람이에요. 오늘 마감 레포트 때문에 밤샜더니 너무 배고픈데 냉장고가 텅 비었어요. 당신 집 문이 살짝 열려 있길래..."

이상했다. 난 분명 문을 잠갔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데 어떻게 들어왔어요? 나 문 잠갔는데."

여자는 쿠키를 다 먹고 손가락에 묻은 초콜릿을 핥았다. 그녀의 눈이 갑자기 달라졌다. 동공이 검은 구멍처럼 확장되더니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해졌다.

"정말요? 문은 항상 열려 있던데..."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아파트에 윗집이 없다는 것을. 이곳은 꼭대기층이었다.

"걱정 마세요. 간식만 조금 가져갈 뿐이니까." 그녀가 웃었다. 입가에 초콜릿이 묻은 채로. "사실 당신 집 간식이 이 건물에서 제일 맛있어요. 특히 새벽에 먹으면..."

갑자기 내 뒤에서 바람이 불었다.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사라져 있었다. 부엌 바닥에는 쿠키 부스러기만 남아있었다.

다음 날, 마트에 간 나는 평소보다 두 배 많은 간식을 샀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고 간식 바구니에 새 과자들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바구니 위에 쪽지 하나를 남겼다.

"원하는 만큼 드세요. 대신 이야기 좀 나눠요."

밤마다 사라지는 간식들. 이제 나는 그것이 두렵지 않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는지, 왜 하필 내 간식을 골랐는지.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 내가 남긴 쪽지에 답해줄지. 오늘 밤에는 좋아할 만한 새 간식을 샀다. 간혹 냉장고 앞에서 들리는 작은 웃음소리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