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을 건넨 남사친
소현이 처음 눈치챈 건 그가 항상 간식을 두 개씩 가져온다는 사실이었다. 남사친 준호는 과방에 들어올 때마다 묵직한 가방에서 커피 두 잔, 샌드위치 두 개, 혹은 계절마다 바뀌는 디저트 두 개를 꺼내곤 했다. 처음엔 여자친구가 있나 싶었다. 아니면 다른 친구와의 약속이 있는 걸까. 하지만 그 중 하나는 항상, 어쩌면 고의적인 우연처럼 소현의 손에 쥐어졌다.
"오늘은 티라미수. 카페인 충전하러 갈래?"
도서관 구석, 밤샘 과제에 지친 소현 앞에 준호가 나타났을 때도 그의 손에는 두 개의 디저트가 들려 있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도 티라미수의 갈색 가루가 반짝였다. 소현은 피곤한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너 어떻게 항상 내가 필요할 때 나타나?"
준호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끝이 소현의 손에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차가운 손. 소현은 문득 궁금해졌다. 준호는 얼마나 오래 밖에서 기다렸을까. 이 티라미수를 사기 위해 얼마나 걸었을까. 디저트의 달콤함이 입안에 퍼지는 동안, 소현은 이제야 패턴을 알아차렸다.
중간고사 전날, 발표 직전, 그리고 지금처럼 마감에 쫓길 때마다 준호는 항상 나타났다. 항상 두 개의 간식과 함께. 친구라는 단어로 포장된 그 행동들이 갑자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나 이제 졸업하면 서울 떠나."
준호가 뜬금없이 말했다. 소현의 손이 멈칫했다. 티라미수의 달콤함이 쓴맛으로 변했다.
"해외 인턴십 합격했어. 1년짜리."
소현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 그리고 왜 자신은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걸까.
"그동안 고마웠어, 항상 내 간식의 절반을 먹어줘서."
준호가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도서관의 정적을 깼다. 소현은 그제야 이해했다. 간식은 두 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하나였다. 준호의 간식, 그리고 그가 나누어 주고 싶었던 마음 한 조각. 소현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혹시... 내가 한국에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줄래?"
준호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소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 손에는 한 입도 먹지 않은 두 번째 티라미수가 들려있었다. 간식이 다하는 말을 이제서야 듣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