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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이별

남사친이 들려준 이별 이야기

커피잔을 들어 올리는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우리의 우정이 시작된 이 카페에서, 정우는 7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와의 이별 이야기를 꺼냈다.

"그날 비가 왔었어." 정우가 말했다. 창밖으로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그의 말을 간간이 지웠다. "서연이가 우산을 들고 있었지만, 나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어. 마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들처럼 조언을 건네거나 위로를 하는 대신, 그저 들었다. 7년 동안 그가 서연을 사랑했던 방식처럼. 소리 없이, 그러나 깊이.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우정이 가능하냐고 물어. 난 항상 가능하다고 생각했어. 우리가 증명해 왔으니까." 정우가 웃었다. 그의 웃음 속에 고통이 스며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마음을 속였기 때문이었어. 내가 그저 '남사친'으로 머물기로 결정했으니까."

카페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우리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정우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물에 번진 세상을 보는 그의 눈에 지난 시간이 투영되어 있었다.

"서연이 결혼한다는 소식 들었어? 다음 달이래." 그가 갑자기 말했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오늘 그가 나를 만난 이유였으리라.

"초대장을 받았어."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남사친으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은 그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거겠지. 웃으면서."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는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창밖의 비는 점점 더 거세게 내렸지만, 정우의 눈에서는 한 방울의 눈물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 이별할 시간이야." 그가 마침내 말했다. "서연이와도, 그리고 내 안의 서연이와도."

카페를 나설 때, 정우는 우산을 펴지 않았다. 비를 맞으며 그는 처음으로 자유롭게 걸어갔다. 우산을 든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 때로는 남자들끼리도 말하지 못하는 진실이 있다는 것을. 나 역시 서연을 사랑했었다는, 그리고 정우의 '남사친'이라는 헌신을 통해 내 자신의 감정을 숨겨왔다는 것을.

빗속으로 사라지는 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전화기를 꺼내 오래된 메시지함을 열었다. 서연에게서 온 결혼식 초대장이 아직 읽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