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이별남사친

이별의 남사친: 우리가 모르는 경계선

"그냥 남사친이라고 했잖아." 현주의 목소리가 식은 커피처럼 쓰디쓰게 남았다. 그녀의 마지막 문자였다. 나는 그 문자를 받은 지 정확히 43일째, 여전히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새로운 게시물. 웃고 있는 그녀, 그리고 옆에 선 낯선 남자. 캡션에는 "우리 동네 남사친과 함께 ♥"라고 적혀 있었다.

이별 후 첫 한 달은 폭풍 같았다. 분노, 배신감, 그리고 그녀가 내게 했던 모든 거짓말들. "걔는 그냥 남사친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현주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 '아무것도 아닌' 남자가 지금은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채우고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놓았다. 창밖으로 가을비가 창문을 두드렸다. 서늘한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지만, 커튼을 닫지 않았다. 이 차가움이 나를 깨우는 것 같았다.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시며 소파에 몸을 묻었다. 탁자 위에는 아직도 현주가 남겨놓고 간 헤어드라이어가 있었다.

"남사친이라는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혼자 중얼거렸다. 그녀와 나 사이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대학 2학년, 같은 과 프로젝트 팀이 되어 밤새 과제를 하던 날.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자"라던 그녀의 말에 동의했던 나. 그리고 세 달 후, 우리는 연인이 되어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진우였다. 내 오랜 친구이자 현주의 학창 시절 동창.

"야, 오늘 저녁에 시간 있냐? 한잔하자."

우리는 동네 포장마차에 앉았다.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두 번째 병을 따르며 진우가 말했다.

"현주 요즘 자주 보냐?"

"이별했어. 너도 알잖아."

"알지... 근데 말이야, 그 새로운 남자친구..."

내 심장이 잠시 멈췄다.

"...걔가 사실은 현주랑 사귀기 전부터 계속 연락하던 애야. 너한테 말 안 했을 것 같아서."

소주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쓰디쓴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알아, 그냥 남사친이었다며." 내 목소리에 비웃음이 묻어났다.

진우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사실... 나도 현주한테 고백한 적 있어. 대학 때. 근데 거절당했어. '우린 그냥 친구로 남자'고."

갑자기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었다. 숨겨진 퍼즐 조각 하나가 완성된 그림을 보여주는 순간. 현주는 단지 남사친이라는 경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그려왔을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오랫동안 미루었던 일을 했다. 현주의 모든 SNS를 언팔로우하고, 그녀의 헤어드라이어를 택배 상자에 담았다. 포장을 마치고 나니 가슴이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대학교 동아리 후배 수진이었다. "선배, 오랜만이에요! 내일 동아리 모임 있는데 시간 되세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항상 나에게 친절했고, 가끔 커피를 사주기도 했다. '그냥 남사친'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개념이 흔들렸다.

반사적으로 답장을 썼다. "내일 시간 돼. 근데 그냥 둘이 만날까? 할 이야기가 있어."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멈췄다. 화면을 바라보다가 모든 텍스트를 지웠다. 대신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 다음에 시간 될 때 연락할게."

창문을 열자 맑은 가을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어쩌면 '남사친'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가장 달콤한 거짓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