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기억: 부모님의 작은 사랑
귀가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서리가 내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과자 봉지들이 형형색색 빛났다. 주머니 속 동전 몇 개로는 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뭐 살 거니?" 편의점 아저씨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기억이 물밀듯 밀려왔다.
초등학교 3학년, 매일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아빠는 퇴근길에 들러 작은 간식 봉지를 건네주곤 했다. 때로는 새우깡, 때로는 고래밥. 그 작은 비닐봉지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행복이 담겨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거야." 항상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아이에게 주는 평범한 간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달랐다. 간식을 사오는 날보다 사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군것질하면 이가 상한다"는 말씀과 함께. 그러다 시험을 잘 보거나 집안일을 돕거나 할 때면 서랍 깊숙이 숨겨둔 초콜릿을, 마치 보물을 꺼내듯 꺼내주셨다. 엄마의 간식은 희소성의 법칙이 적용된 보상이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스스로 간식을 사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왠지 모르게 그때의 맛은 나지 않았다. 부모님이 사주시던 간식엔 뭔가 특별한 양념이 있었던 걸까.
대학생이 되어 고향을 떠났을 때, 첫 기숙사 택배는 엄마가 보낸 과자 상자였다. "밥 제대로 챙겨 먹니?" 메모와 함께. 그리고 아빠는 가끔 용돈을 보내며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했다. 부모님의 사랑은 여전히 간식의 형태로 전해졌다.
얼마 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입원 소식에 고향으로 내려갔다. 병실에서 만난 아버지는 여위어 있었다. 내 손에 들린 과일 봉지를 보시더니 그가 웃었다. "아빠가 늘 사주던 고래밥은 어디 두고 왔니?"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날 밤, 편의점에서 고래밥을 사 왔을 때, 아버지의 눈에는 젊은 시절의 빛이 돌아왔다.
어제는 내 아이의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 손에는 작은 간식 봉지가 들려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거야."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편의점 앞, 나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고래밥과 새우깡,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시던 초콜릿을 계산대에 올렸다. 내일은 부모님 댁에 들러야겠다. 이번에는 내가 간식을 사들고 갈 차례니까. 작은 과자 봉지에 담긴 것은 단순한 스낵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말없는 사랑의 언어였음을 이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