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간식과 쓰디쓴 이별
그녀가 준 과자 한 봉지에는 이별의 맛이 담겨있었다. 침대 위에 놓인 하얀 봉지와 편지. 나는 봉지를 열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오래된 가구들이 신음하는 소리가 나는 원룸에서, 봉지를 찢는 소리만큼 날카로운 것은 없었다.
"이거 먹으면서 읽어. 마지막으로 너 좋아하는 거 사왔어."
딸기맛 마카롱.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였지, 내가 아니라. 나는 초콜릿 쿠키를 좋아한다. 5년 동안 그녀는 내 취향을 한 번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달콤한 마카롱 겉면이 입안에서 부서지는 동안, 그녀의 편지도 내 마음에서 부서져 내렸다.
"우리 그만하자.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생각보다 단순했다. 마카롱처럼 화려하고 복잡할 줄 알았던 이별의 이유가 스낵바처럼 간단하고 직설적이었다. 입안에 남은 달콤함과 대조적으로 가슴속은 쓰디쓰게 타들어갔다. 창문 너머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의 봄비는 언제나 이렇게 불청객처럼 찾아왔다.
냉장고를 열었다. 그녀가 사왔던 간식들이 질서정연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녀의 취향에 맞춰 내 냉장고를 채웠다. 내가 좋아하는 건 단 한 개도 없었다. 쿠키를 굽기 위한 재료들, 그녀가 좋아하는 치즈, 그녀가 다이어트한다며 사놓고 한 번도 먹지 않은 샐러드. 모두 그녀를 위한 것들이었다.
간식 봉지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리고 냉장고 안의 모든 것을 비웠다. 우유, 요구르트, 그녀가 좋아하는 초콜릿 푸딩까지. 모든 것을 버렸을 때,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졌다. 5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
편의점 선반 앞에 서서 초콜릿 쿠키 봉지를 집어들었다. 계산대에서 만난 점원은 내가 늘 그녀와 함께 왔던 것을 기억했는지 물었다.
"여자친구는요?"
"이별했어요."
"아, 그렇군요. 초콜릿 쿠키 처음 사시네요?"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그녀와 함께 있는 동안에도 점원은 내가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보다 더. 쿠키 봉지를 뜯으며 생각했다. 이별이란 것은 때로 간식과 같아서, 처음엔 쓰디쓰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콤한 자유의 맛을 알게 된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그쳤다. 손에 든 초콜릿 쿠키의 향기가 봄바람을 타고 퍼졌다. 처음으로 내 취향대로 채워질 냉장고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간식 봉지를 든 손에 힘을 주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별의 맛은 생각보다 달콤했다.